서부간선도로 평면화 공사는 교통 혼잡과 시민 불편 여론에 밀려 사실상 중단됐고, 국회대로 지하화·상부 공원화 사업도 장기화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8일 오목교 교차로 평면화 공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는 이를 지하화하고 상부에 대규모 선형 공원을 조성해 서울의 하이라인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착공 10년이 다 되어도 공사 지연과 교통 불편으로 시민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중요한 점은 간선도로의 건설·지하화·평면화 과정이 단순한 교통 문제가 아니라, 주변 부동산 가치와 직결된다는 사실이다. 접근성, 소음, 환경, 개발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주거·상업 가치가 크게 요동친다.
간선도로는 교통 접근성을 개선하는 대표 인프라다. 새로운 지하도로 개통이나 인터체인지 개선은 통근 시간을 단축시키고 직주근접을 중시하는 실수요자의 수요를 자극한다.
실제로 서부간선지하도로 개통 이후 양천·구로·영등포 일부 단지의 전세·매매가격이 단기간 상승했다. GTX와 연계된 동탄IC 개선 사례처럼, 광역 교통망 효과가 결합하면 가격 상승 폭은 더 크다. 교통 편의 향상은 단순한 이동 수단 개선을 넘어 주거 수요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모멘텀으로 작용한다.

서남권 아파트 매매지수(그래픽=도시와경제)
같은 단지에서도 도로 방향 세대는 반대 방향보다 3~5% 저렴하게 거래되는 사례가 많다. 경부고속도로 접경지 서초·양재 일대 빌라와 상가가 대표적이다. 또한 평면화나 확장은 보행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생활 불편을 가중시킨다. 서부간선도로 평면화 사업은 차로 축소로 교통 체증이 심화되자 시민 여론에 밀려 중단됐다. 차로 확장이 반드시 상권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통과 교통만 늘려 주거 선호를 떨어뜨리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민원과 혼잡을 야기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도시 구조와 토지 이용을 변화시킨다. 인천 송도~청라 간 제2외곽순환도로 확장은 물류·주거 복합개발을 촉발해 초기 투자자들에게 큰 수익을 안겼다. 특히 지하화 후 상부를 공원·상업지로 활용한다면 소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면서 토지 가치를 크게 높인다. 청계천 복원과 경의선 숲길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교통 인프라 개선이 도시 재생과 주거 선호도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 정책 아카이브에 따르면 청계천 복원사업은 주변 지역을 넘어 강북 전반의 활성화를 촉발하며 주목할 만한 변화를 이끌어냈다. 주요 변화로는 청계천변 건물 임대료와 지가 상승, 아파트 등 주거시설 분양 증가, 낙후된 상가 밀집지에서 재개발 계획으로 이어지는 청계천 상가의 변화가 나타났다.
청계천 복원 구간은 사업 전 소음과 분진으로 외면받던 지역이었으나, 복원 이후 도심 재생의 상징으로 자리잡으며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유사한 사례로 경의선 숲길 주변 연남·망원동의 소규모 아파트는 개통 3년 내 20~30% 초과 상승했으며, 공덕동 대단지 아파트 역시 완공 이후 마포 평균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부간선지하도로 개통 또한 긍정적 영향을 미쳤는데, 목동 신시가지 단지는 양천구 평균 대비 5~7%포인트 더 올랐다. 반대로 분·수서 고속화도로 확장 구간은 소음 피해가 누적되면서 같은 권역 대비 3~5% 낮은 가격에 거래됐고, 방음터널 설치 이후에도 선호도 회복이 더디게 진행됐다.
올림픽대로 인근 아파트는 교량 소음으로 배상 판정을 받았고, 내부순환로 인근 주거지 역시 소송과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 사례는 확장만으로는 장기적 가치 상승을 담보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소음 피해와 생활 불편이 누적돼 주거 선호도를 떨어뜨리고, 정책·재정 리스크를 증폭시킨다.
투자시에는 단기와 장기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공사 기간에는 교통 불편으로 가격이 주춤할 수 있으나, 완공 후 접근성 개선과 공원 조성은 장기적 상승 요인이다. 간선도로에 맞닿은 저층보다는 한 블록 이격된 중·고층 단지가 가치 보존력이 높다. 무엇보다 지하화·공원화 사업은 완공까지 시간이 길어 매수 시점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서부간선도로 평면화 중단과 국회대로 지하화 지연은 단순히 공사 문제가 아니다.
간선도로는 접근성과 소음을 동시에 안겨주며, 단기 혼잡과 장기 개발 기대 사이에서 시장의 평가가 달라진다. 청계천과 경의선 숲길, 서부간선도로 지하화는 장기적으로 20~50% 가치 상승을 입증했지만, 분당·수서 고속화도로처럼 단순 확장은 오히려 주거 선호를 떨어뜨렸다. 서부간선도로와 국회대로 지하화의 성패는 환경 개선과 상부 공간 활용을 얼마나 충실히 구현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의 불편이 훗날 프리미엄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 서울 서남권 부동산 시장의 향배가 달린 문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사진=도시와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