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17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내 전세물건은 2만 3704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8110건(25.5%) 감소했고, 6·27 대출규제 직후인 6월 28일과 비교하면 1097건(4.4%) 줄었다.
전세가격은 오름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둘째 주 수도권 전셋값은 서울 0.07%, 경기 0.03% 각각 상승했다. 특히 서울 강남 11개 구는 0.09% 올랐고, 성동구(0.13%), 용산구(0.11%), 광진구(0.1%) 등 주요 지역도 상승 폭을 키웠다.
이사철인 가을에 접어들면서 신규 수요자가 몰리고 있지만 정작 들어갈 집은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송파구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요새 전세 찾는 사람은 많은데 전세로 내놓겠다는 집주인은 없다”며 “아파트를 월세로 내놓겠다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돈줄 막히자 월세로…임대차 시장 변화 빨라질까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부의 연이은 금융 규제가 전세 소멸 현상을 앞당겼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고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전세 시장의 유동성이 급격히 줄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6월 27일 대출 규제에 이어 9·7 부동산 공급대책과 함께 1주택자 전세대출 규제까지 강화하며 자금 조달을 사실상 멈춰 세운 상태다. 매매 거래가 줄자 이와 연동한 전세 시장까지 함께 한파를 맞았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매매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서면 임차 쪽 매물도 함께 줄어들게 된다”며 “전세 수요는 많지만 매물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갭투자(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방식)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면서 매매와 전세를 오가던 수요 흐름이 끊겼다. 정부는 6월 28일부터 수도권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용산구 등 규제지역 주택 구입 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을 경우 6개월 내 전입하도록 했다. 또 지난 7일에는 1주택자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이로 인해 전세 공급 기능이 크게 약화했다.

서울 도심 전경.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전문가들은 전세 한파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현재는 주거 이전과 매매·전세 거래 전반이 멈춰 시장이 정체하고 있다”며 “향후 금리 인하 등 변수로 매수·전세 등 시장 심리가 변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임대차 시장의 ‘월세화’ 현상이 빨라지고, 월세 가격도 함께 상승할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격은 117만 6000원으로 올해 1월 대비 4.6% 올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대출 규제로 갭투자가 막히면서 전세 공급 기능이 줄어들었다”며 “게다가 전셋값과 연동하는 아파트값 자체가 상승하면서 세입자의 지불 능력이 한계에 부딪히며 전세는 소멸하고 월세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