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 사고 줄었지만…사각지대는 커졌다

재테크

이데일리,

2025년 9월 30일, 오후 07:04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가 올 들어 크게 줄어든 이유가 고위험 주택의 보증 가입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아파트 세입자는 보호망 밖으로 밀려났고, 건당 피해액도 여전히 2억원 안팎에 머물러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30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8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은 74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3496억원)보다 79% 줄었다. 올해 1~8월 누적 사고액도 9378억원으로 전년 동기 3조 4312억원에 달하던 데서 70% 이상 감소했다. 같은 기간 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갚아준 대위변제액도 2조 7407억원에서 1조 4498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축소됐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는 줄어드는 추세다. 보증사고 금액은 2023년 4조 3347억원, 2024년 4조 4896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들어 1조원대 수준으로 급락했다. 사고 건수도 지난해 2만 941건에서 올해 5001건으로 줄었고, 대위변제액 역시 2024년 3조 9948억원에서 1조 4496억원으로 떨어졌다.

사고율이 급감한 배경으로는 ‘고위험’ 전세 계약 소진과 세입자 경각심 확대, 보증 심사 강화가 꼽힌다. 전셋값이 정점이던 2021년 전후 체결된 계약들이 하락기와 맞물려 사고로 드러났고 이후 전세사기를 우려한 세입자들이 계약 자체를 줄였다. HUG는 2023년부터 전세가율 90% 초과 주택에 대한 보증을 제한하고, 다세대·연립(빌라) 등 고위험 단지의 심사를 강화했다. 올해부터는 보증료율도 주택 유형과 금액에 따라 최대 20% 낮추거나 최고 37% 높여 조정했다.

그러나 보증 발급 총량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1~8월 보증 발급액은 45조 3677억원으로 전년 동기(46조 7192억원), 2023년 같은 기간(48조 8044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연말까지 추세를 감안하면 73조원 안팎에 이를 전망으로, 2023년 71조원, 2024년 67조원과 비교해도 크게 줄지 않는다.

발급이 유지된 가운데 고위험 주택 중심으로 보증이 차단되면서 사각지대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사고가 늘었다기보다, 다세대주택의 보증 가입이 제한되면서 아파트 비중이 커진 것”이라며 “다세대주택 보증 가입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등 시장 왜곡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보증 사각지대가 확산되면서 청년·서민층이 제도적 보호망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올해 7월까지 발생한 전세보증 사고 4590건 가운데 다세대주택은 1430건에 그쳤다. 지난해 8615건에서 불과 1년 만에 6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같은 기간 아파트 사고는 1531건(33.4%)으로 오히려 비중이 늘었다. 보증 요건 강화로 다세대주택이 보증 가입에서 밀려나면서 통계상 비중이 뒤바뀐 것이다.

개별 세입자의 피해 강도도 낮아지지 않았다. 보증사고 1건당 평균 피해액은 2022년 2억 1500만원, 2023년 2억 2400만원, 2024년 2억 1450만원으로 꾸준히 2억원 안팎을 기록했다. 올해 1~8월 역시 1억 8800만원 수준으로 총액이 줄었지만 세입자 1명이 감당해야 하는 손실 규모는 여전히 크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율 감소는 긍정적 신호이지만 임대인과 임차인의 자금 부담을 악화하는 부작용도 있는 만큼 대출 보증 제도 자체를 어느 정도 유연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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