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광고" vs "확인 소홀"…생숙 용도변경 비용 책임 공방

재테크

이데일리,

2025년 10월 01일, 오전 05:01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오피스텔 용도변경 등 퇴로가 열렸음에도 비용부담에 대한 공방이 지속되며 ‘생활형숙박시설(생숙) 합법화’의 길은 여전히 험로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용도변경을 위해 지자체에 납부해야 하는 기부채납 비용 분담을 놓고 수분양자들과 시행사들의 갈등 공방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여기에다 용도변경을 위해선 주차장과 피난, 방화, 난방 시설 확충을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은 가운데 지자체별로 설계 기준도 달라 표준화 기준을 제시해달라는 주장도 지속되고 있다.

30일 국토교통부 및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약 18만 3000실의 생숙 중 4만실의 생숙이 미조치 상태다. 정부는 9월까지 숙박업 신고나 오피스텔 등으로 용도 변경 신청을 완료한 경우에만 2027년 말까지 이행강제금 부과 절차 개시를 유예한다고 밝힌 상태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수분양자-시행사 허위광고 책임공방

이행강제금 부과가 가까워짐에도 여전히 미신고 상태인 생숙이 수두룩한 이유는 용도변경 비용에 대한 책임공방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수분양자들은 시행사들이 주거용도로 사용 가능하다며 허위 광고해 용도변경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까스로 시행사가 용도변경 비용 약 120억원을 부담키로 합의한 힐스테이트창원센트럴도 있지만 대부분은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만일 힐스테이트창원센트럴이 용도변경을 하지 못했다면 전용면적 88㎡ 분양가를 기준 추정 공시가격이 3억5000만원 안팎이어서 10%인 35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매년 부담해야 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국토부는 “이행강제금은 위반한 면적에 시가표준액을 곱해서 산정할 예정으로 각 건축물 중에서도 호실에 따라 위반한 곳과 신고를 완료한 곳이 혼재한 경우가 많아 건축물에 따라 가중되거나 감경되는 경우도 있어 구체적으로 얼마가 산정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용도변경을 진행한다고 해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볼 순 없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시행사의 비용 부담과 같은 해결방안은 모든 생숙 단지에 동일하게 적용되진 않아 편차가 존재하고, 시행사의 부담이 장기적으로 분양가나 관리비 인상으로 전가될 수 있다”며 “특히 입지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역은 주거 전환 후에도 시장에서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나마 준공이 완료되지 않은 생숙의 경우 시행사에 책임을 지울 수 있지만 이미 준공된 생숙은 시행사가 청산을 완료했기 때문에 수분양자들이 용도변경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수분양자들 간의 의견 차이로 갈등이 지속되기도 한다. 일부는 계약을 취소하기 위한 소송을 진행하기도 하고, 일부는 일단 용도변경을 한 후 구상권을 시행사에 청구하자는 등으로 의견이 나뉘기 때문이다.

◇지자체 중구난방 기준에 뿔난 수분양자들

지자체별로 용도변경을 위한 주차대수나 기부채납 기준이 다른 것에 대한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국토부는 지구단위계획 수립지침과 관련해 ‘최고 기준’을 정해두고 있어 기준 안에서는 지자체별로 상황에 따라 조율이 가능하다.

미조치 상태의 생숙 수분양자들은 “지구단위계획 변경에 따른 공공기여금 산정과 주차 대수 기준 등 중앙 정부 차원의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애당초 용도변경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2022년 3월 준공된 부산 오시리아관광단지의 오시리아스위첸마티 생숙 수분양자들은 오피스텔 용도변경을 요구하고 있으나 부산도시공사와 부산시가 이를 승인해주지 않으며 지자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관광진흥법상 관광단지 내 주거시설 설치가 금지돼 있어 거주 목적의 오피스텔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현실적인 상황을 감안해 미조치 된 생숙 중에서 공실이나 공사 중인 곳은 당장은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숙박업 신고나 용도변경을 하지 않은 4만여실 중 공실 상태인 곳이 몇 곳인지는 10월부터 각 지자체가 현장 전수조사에 들어가야 파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규 생숙은 숙박업으로만 사용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를 정비하고, 일관되고 명확한 건축기준을 마련해 시장의 혼란을 막아야 할 것”이라며 “근본적인 해결과 예방을 위해서는 시행사가 수분양자를 대상으로 생숙시설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법적 의무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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