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1건 정도 매매거래이 이뤄졌던 강서구 염창동 동아1차아파트 전용 84㎡는 대출규제 직후인 7월 2건, 9월 3건의 계약서를 작성하며 오히려 활기를 뗬다. 인근 가양동 강변3단지의 경우 전용 49㎡가 지난 6월과 7월 각각 단 1건에서 8월 3건, 9월엔 7건의 매매거래 계약이 체결되기도 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사진=연합뉴스)
1일 업계에 따르면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사실상 6·27 대출규제 영향권 밖인 9억원 미만 중저가 아파트 매매거래에 활기가 감지된다. 여기에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가격은 지속 오름세를 보이며, 정부의 추가 규제 가능성까지 지속 언급되면서 실수요자들의 의사결정을 재촉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28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매매거래된 서울 아파트는 총 1만 2950건으로, 이중 9억원 미만은 6230건(48.1%)이었다. 대출규제 전인 올해 1월 1일부터 6월 28일까지 총 4만 5965건 가운데 9억원 미만이 1만 7937건(39.0%)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서울 중저가 아파트 매매거래 비중이 크게 높아진 셈이다. 전년동기 1만 9873건 중 9억원 미만이 8697건(43.8%)이었던 것과 비교해서도 높다.
지역별 매매거래량을 살펴봐도 이같은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지난 6월 28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1만 2950건)은 대출규제 여파로 전년동기(1만 9873건) 대비 65.2% 수준으로 줄었는데, 같은 기간 중저가 아파트가 다수 위치한 관악구는 전년동기(497건) 대비 93.6% 수준인 465건의 매매거래량을 기록했다. 강서구(매매거래량 792건·전년동기대비 80.8%), 구로구(619건·87.7%), 강북구(260건·82.5%), 은평구(577건·86.0%) 등도 상대적으로 꾸준한 매매거래량을 기록한 모양새다.
서울 아파트 단지별 매매거래량 순위도 대출규제 전후로 분위기가 크게 바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이 집계한 매매거래량 순위를 보면 올해 들어 대출규제 전까진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229건 30억)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212건)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205건)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 푸르지오(205건) △강동구 상일동 고덕 아르테온(194건) 등 국민평형(전용 84㎡) 기준 20억~30억원대 단지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반면 대출규제 이후엔 고덕그라시움(43건)을 제외하곤 △강동구 길동 삼익파크맨숀(46건)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45건) △관악구 봉천동 관악푸르지오(43건)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6단지(41건) 등 10억원대 매매거래가 주를 이루는 단지들로 상위권이 재편된 모양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대출규제가 시행되면 실질 구매력이 감소하면서 가격 회복이 더디고 상대적으로 규제 영향이 적은 인근 지역으로 ‘수요 하향 이동’을 발생시켜 가격 상승이 전이되는 현상을 빚는다”며 “최근 동대문구와 강서구 등 매물이 줄고 거래가 증가하는 현상이 이런 확산 장세의 전조 현상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효선 NH 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이른바 중급지 아파트 매매거래 가격은 이미 오름세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대로라면 가을 이사철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추가 규제 가능성을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