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빈 건축물 정비 활성화…활용도 따라 철거·정비 나눈다

재테크

이데일리,

2025년 10월 02일, 오전 10:00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정부가 빈 건축물 문제 해결을 위해 활용도에 따라 철거와 정비·활용을 나누는 이원화 전략을 본격화한다. 위험하거나 방치된 건축물은 철거하고 입지와 가치가 있는 건축물은 관리·거래를 지원해 지역 자원으로 전환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연내 ‘빈 건축물 정비 특별법’을 발의해 관리체계를 통합하고 소유자 관리 의무를 법에 처음으로 명시할 계획이다.

‘빈 건축물 정비 활성화 방안’ 정책방향. (사진=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빈 건축물 정비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기준 전국 빈집은 13만 4000가구, 주택을 제외한 빈 건축물은 최대 6만 1000가구로 추정된다. 국토부는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0년에는 빈집이 20만가구를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특별법 제정…관리체계·통계 정비

그동안 빈집은 소규모주택정비법, 방치건축물정비법, 건축물관리법 등 여러 법에 흩어져 관리돼왔다. 정부는 이를 하나로 묶어 ‘빈 건축물 정비 특별법’을 연내 발의할 계획이다. 관리대상은 기존 1년 이상 미사용 주택 외에 △20년 이상 노후 비주택 △공사중단 건축물까지 확대한다. 사용 가능성이 낮은 잠재적 건축물도 지자체·소유주 등재 시 포함한다.

현행 5년 주기의 지자체 실태조사는 조사 시점이 달라 단순 합산에 그쳐 신뢰성이 떨어졌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국토부는 매년 현황조사를 추가하고 특별법 시행 직후 전국 일제 조사로 통계를 재정비할 계획이다. 한국부동산원의 빈집 시스템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예측모델을 도입해 어느 지역에 빈집 발생 가능성이 높은지까지 산출할 계획이다.

◇ 활용도 낮으면 철거…자진·직권 병행

활용 가치가 낮은 건축물은 철거를 원칙으로 한다는 구상이다. 소유주에게 안전조치·철거 의무를 부과하고, 미이행 시 이행강제금과 세제 패널티를 부과한다. 반대로 철거 후에는 세 부담을 완화한다.

철거 토지는 5년간 재산세 50% 감면, 3년 내 신축 시 취득세 50% 감면(150만원 한도)을 적용한다. 건축사·기술사 서명 비용(100만~200만원 수준)을 면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빈집 관리에 대한 지자체 권한도 강화한다.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건축물은 철거명령을 의무화하고, 불이행 시 직권철거 후 소유주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행정대집행 절차도 단축해 위험 건축물은 즉시 철거할 수 있도록 한다.

개발사업과 연계한 철거 유인책도 마련했다. 사업구역 외 빈 건축물을 매입·철거해 기부채납하면 용적률·녹지 확보 의무에서 특례를 인정한다. 구역 밖 소유주를 조합원으로 참여시킬 수 있는 제도도 신설한다.

철거 지원도 확대된다. 국토부는 내년부터 행안부에서 빈집철거지원사업을 이관받아 추진한다. 2025년에는 전국 100억원 규모로 시작하고, 2026년에는 도시지역 150억원, 농어촌 105억원으로 확대한다. 철거 지원금액은 도시지역 호당 최대 1200만원, 농촌은 최대 800만원이다. 노후주거지정비 지원사업에는 ‘빈집정비형’을 신설해 밀집 지역을 별도로 지원한다.

◇ 활용도 높으면 정비·거래 활성화

활용 가치가 있는 건축물은 정비와 거래를 촉진한다. 현행 ‘빈집愛(부동산원)’ 플랫폼을 확대해 매물 목록을 공개하고 협업공인중개사를 통한 상담을 지원한다.

소유자를 대신해 관리·운영·매각까지 맡는 ‘빈 건축물 관리업’도 신설한다. 위탁형과 책임형(마스터리스)으로 나누어 스타트업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공유 오피스·공유 숙박 등 비즈니스 모델을 추진하려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정보 부족을 호소해 왔다”며 “빈집 소유주 책임이 강화한 만큼 전문 관리업을 신설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빈 건축물 정비 활성화 방안 인포그래픽. (사진=국토교통부)
또한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한 ‘빈 건축물 허브(SPC)’를 설립해 공사중단 건축물이나 준공 20년 이상 노후 건물을 매입·수용한다. 권리관계를 정리한 뒤 민간 매각이나 직접 개발을 추진하며, SPC 규모는 초기 2000억~3000억원으로 예상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천 우정병원처럼 수천억원 규모 건물을 지자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정비사업 연계도 강화한다. 빈집밀집구역은 ‘빈건축물정비촉진지역’으로 개편돼 면적은 10만㎡ 미만까지 확대되고, 용적률·건폐율은 법적 상한의 1.3배까지 완화된다. 촉진지역은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자동 지정돼 절차가 간소화된다.

활용 수단도 늘린다.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 숙박·상업 등 용도 제한 없이 쓸 수 있는 ‘도시채움시설’을 신설하고, 무허가 건축물도 구조·화재 안전을 확보하면 임시 사용을 허용한다. 공영주차장·공원 등 도시계획시설과 문화복합시설을 결합한 입체복합구역 지정도 활성화한다.

국토부는 이번 대책이 주택 공급 확대 차원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최병길 도시활력지원과장은 “상업성이 있는 곳은 이미 정비가 끝났고, 남은 빈집은 방치돼 지역 기능을 저해한다”며 “이번 방안은 공급보다는 안전·생활환경 관리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상경 국토부 1차관은 “빈 건축물 방치로 지역 주거환경이 악화되고 지방 소멸이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는 붕괴·재난 우려가 있는 건축물을 선제적으로 정비하는 동시에, 지역 활력을 높이는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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