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탔는데 또 늦었어요" 불만 폭발…'연착 일상화' 이유는

재테크

이데일리,

2025년 10월 02일, 오후 03:21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최근 열차 지연이 일상화하면서 승객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청도 무궁화호 열차 사고 이후 서행 조치로 불편이 늘어난 반면, 통계상 지연율과 배상금은 되레 줄어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KTX 서울역 대합실 전경.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 철도 지연율은 0.37%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지연율(0.43%)보다 낮아진 수치다.

같은 기간 총 17만 3194건의 열차 운행 중 646건만 지연됐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1032건)보다 37%가량 줄었다. 이에 따라 지연 배상 건수도 올해 1~8월 31만 1908건으로 전년 전체(43만 3067건)보다 28% 감소했다. 코레일이 지급한 지연 배상금은 약 12억 2444만원으로 전년 전체(31억 9892만원)의 62% 수준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용객들이 체감하는 불편은 오히려 늘었다. 주요 노선에서 열차가 10~20분씩 늦게 도착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일상적인 지연’이라는 불만까지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열차 지연 여부를 집계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국제철도연맹(UIC) 기준으로는 종착역에 예정 시간 기준으로 15분 59초 이내에 도착한 열차도 정시 열차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배상 기준을 20분 이상 지연 도착했을 때로 정해놓고 있어 배상 대상이 되는 사례도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사진=한국철도공사 홈페이지 캡쳐)
◇ 청도 사고 이후 서행 조치 여파

지연이 잦아진 가장 큰 이유는 지난 8월 경북 청도에서 발생한 인명사고 이후 서행 조치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당시 경부선 남성현역~청도역 구간에서 선로 점검 작업자가 무궁화호에 치여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이후 코레일은 신암~청도 구간에서 시속 100㎞로 달리던 열차를 40~60㎞ 수준으로 줄여 운행하고 있다.

사고 지점은 일반열차 구간이나, 이후 고속열차 노선과 연결되는 구간에서 정체가 발생해 전체 노선 운행에 지연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고용노동부가 사고를 중대재해로 판단하며 대구본부 관할 454㎞ 구간의 주간 점검·보수를 중단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올해 1~9월 지연 원인은 총 3079건으로 사상사고·점검 등 기타 사유가 773건으로 가장 많았고 운전정리 559건, 차량 고장 241건, 신호 장애 195건 등이 뒤를 이었다. 열차 운행이 아예 중단된 건수도 올해 들어 661건으로 전년(290건) 대비 128% 늘었다.

노사 갈등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코레일과 철도노조는 열차 운행 중 점검·보수를 재개할지 여부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노조는 안전을 이유로 상례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코레일은 운행 차질을 우려해 난색을 보이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와 관련해 철도 서비스 품질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안전을 확보하는 것과 승객 편의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안전을 확보하려는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인정해야 하지만 승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빨리 내놓고 배상 기준도 현실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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