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대폭 늘리겠다는 오세훈…소셜믹스가 발목 잡을까

재테크

이데일리,

2025년 10월 10일, 오전 05:01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서울시가 신통기획 2.0을 통해 2031년까지 31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소셜믹스와 관련한 정책이 제시되지 않으며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 5월부터 소셜믹스 유연화와 관련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9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소셜믹스 유연화’ 빠진 대책…공급 차질 우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 ‘신통기획 2.0’ 방안 발표에서 소셜믹스 유연화 계획은 빠졌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지난달 29일 브리핑을 통해 “소셜믹스에 대해 크게 관심이 높지 않고 그 해법이 정비계획 변경이나 건축 심의 변경 과정에서도 조치가 가능한 부분”이라며 “현재는 정비사업별로 (갈등을) 정리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소셜믹스는 공공임대주택의 사회적 차별·배제와 같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다. 국토교통부는 2021년 법 개정으로 신규 택지 개발지구 임대주택은 동호수 구분 없이 무작위 배정을 명시했다. 서울시 역시 2021년부터 ‘구분 없는 소셜믹스’를 강력히 추진하고 이를 준수하는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정책을 이어갔다.

문제는 이 같은 소셜믹스로 인해 정비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지난 4월 서울시 정비사업 통합심의위원회에서 임대주택을 한강변 인접동에 배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의가 보류되기도 했다.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은 임대주택이 한강변 로열동에 배치하는 설계안으로 인해 조합원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압구정3구역, 여의도 공작아파트 등이 임대주택 배치 문제로 정비사업에 잡음이 발생했다.

심지어 조합이 서울시 정책을 어기고 일반 분양과 임대주택 동호수 추첨을 별도로 진행하는 일도 있었다.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는 서울시의 ‘구분 없는 소셜믹스’를 어기고 추첨을 별도로 진행, 사실상 임대주택을 분리했다. 서울시는 ‘패널티’ 성격의 20억원의 현금 기부채납을 부과했고 조합이 이를 받아들이며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소셜믹스 회피’를 용인하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조합들은 ‘구분 없는 소셜믹스’에 대한 서울시의 압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반발이 심할뿐만 아니라 사유재산을 명백히 침해하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서울 지역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소셜믹스와 관련한 서울시 입장이 워낙 강경해 조합은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강뷰 배치 등 과도한 요구는 명백히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목동 아파트 재건축 단지. (사진=뉴스1)
◇예측 가능성 높인 해외…“명확한 기준 잡아야”

서울시는 지난 5월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시로 소셜믹스 유연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별 다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오 시장은 지난 7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서울시가 추구하는 본질적 목표는 소셜믹스로 인해 공급이 늦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라며 “유연화를 통해 더 많이 신속하게 공급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해외에서도 ‘소셜믹스’는 뜨거운 감자 중 하나다. 프랑스의 경우 민간아파트 설립시에도 일정 비율의 사회주택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영국도 새 민간개발을 승인할 때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의 임대주택을 포함하게 했다. 다만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는 법제화를 통해 소셜믹스의 ‘예측 가능성’을 명확히 했다.

예컨대 프랑스는 SRU법을 통해 모든 지자체에 주택 중 일부 비율을 사회주택으로 확보하도록 하고 해당 비율을 달성하지 못하면 연간 벌금액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소셜믹스를 체계화했다. 이를 통해 “소셜믹스 미이행시 연 일정 수준의 금액이 든다”는 예측이 가능하게 했다. 조합은 ‘어떤게 가장 이득인지’ 쉽게 계산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자율적으로 소셜믹스 도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와 같이 국내에도 조합들이 소셜믹스와 관련해 일정 수준 가늠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은 “현재 조합들 입장에서는 오락가락하는 기준에 큰 혼란과 부담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명확한 기준을 잡아줘야 한다”며 “이와 함께 현금 기부채납, 공공시설 설립 등 다른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