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청약' 당첨돼도 20억은 있어야…'현금부자'만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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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11월 02일, 오후 07:12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수도권 주요 지역이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으로 묶이면서 청약 시장에 ‘현금 부자’만 남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양가가 오르고 청약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실수요자의 청약 접근성이 한층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11월 첫째~둘째 주 수도권 규제지역 내에서 총 5개 단지가 청약 일정을 시작한다. 대표적으로는 △서울 서초구 반포래미안 트리니원 △경기 성남 더샵 분당 티에르원 △경기 광명 힐스테이트 광명11(가칭) 등이 있다.

‘로또 청약’으로 불리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트리니원’은 오는 11일부터 1순위 청약을 받는다. 입지 조건이 우수하고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분양가는 전용면적 59㎡ 기준 20억 600만~21억 3100만원, 전용 84㎡는 26억 8400만~27억 4900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10·15 대책 이후 규제지역에서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중도금 대출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40%로 제한되고, 잔금대출 한도도 주택가격별로 차등 적용된다. 15억원 이하 주택은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을 넘으면 최대 2억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래미안 트리니원 청약을 넣으려면 최소 16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용 84㎡ 청약 안정권에 들기 위해서는 2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이달 청약을 앞둔 ‘힐스테이트 광명11(가칭)’ 역시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자금 조달 부담이 커졌다. 경기 광명시에 총 4291가구 규모로 들어서는 이 단지는 이 중 652가구를 일반분양한다. 광명시는 이번 대책으로 새롭게 규제지역에 포함됐다. 힐스테이트 광명11의 평(3.3㎡)당 분양가는 약 4500만원으로, 전용 59㎡는 12억원, 전용 74㎡는 14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실수요자가 부담해야 하는 현금은 최소 4억원 이상으로, 규제 이전보다 세 배가량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규제지역에 새로 포함됐지만 아슬아슬하게 규제 영향을 피한 더샵 분당 티에르원은 오는 10일부터 청약 일정을 진행한다. 다만 전용 66~84㎡ 분양가가 19억 7400만~26억 8400만원으로 평당 분양가가 7000만원대다.

25일 서울 시내 아파트 신축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가점 70%’ 무주택 실수요자에 청약 문 닫혀

규제지역 지정 이후 청약 자격 요건도 강화했다. 규제지역 내 1순위 청약 자격은 청약통장 가입 후 2년이 지난 무주택 세대주에게만 주어진다. 세대주가 아닌 세대원은 1순위 신청이 불가능해 무주택 부부라 하더라도 세대주 한 명만 청약을 신청할 수 있다. 생애최초 특별공급 역시 무주택 세대주만 가능하다. 또한 규제지역의 전용 85㎡ 이하 주택은 가점제 비율이 70%까지 확대돼 가점이 낮은 청년층·신혼부부는 사실상 당첨이 어렵다.

이 같은 제도 변화로 청약 시장의 경쟁 구도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현금 조달 여건부터 제도적 요건까지 모두 강화되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는 서울·경기 남부 등 규제지역 청약에 사실상 접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청약 규제의 영향은 중심부일수록 작고 외곽으로 갈수록 체감도가 크다”며 “결국 수요자들은 자신의 자산 수준과 소득, 대출 가능 범위를 고려해 청약통장 경쟁력과 분양가의 조합을 현실적으로 따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실수요자들이 비규제지역으로 눈길을 돌리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진행한 김포 ‘풍무역세권 호반써밋’의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약 7.9대 1로, 572가구 모집에 4159명이 신청했다. 이 밖에도 경기 김포시 ‘풍무역 푸르지오 더마크’, 파주 ‘운정 아이파크 시티’ 등이 청약을 앞두고 있어, 규제를 피한 외곽 지역으로 수요 이동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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