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에 전월세 시세표가 붙어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13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 6737건으로, 연초(3만 1814건) 대비 17.2% 줄었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강동구가 연초 3897건에서 이날 1130건으로 무려 71.1% 큰 폭 감소한 가운데 △성북구(976→352건·64.0%) △관악구(819→317건·61.3%) △광진구(961→399건·58.5%) △동작구(772→439건·43.2%) 등 전세매물이 절반 안팎 급감했다.
연초 8만 8만 8752건에 달했던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이날 기준 6만 2893건으로 29.2% 줄었다. 성동구가 3201건에서 1252건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감소폭(60.9%)을 보였고, 뒤이어 △광진구(1938→812건·58.2%) △동작구(3431→1552건·54.8%) △마포구(3488→1733건·50.4%) △송파구(6677→3477건·48.0%)등 자치구도 매매매물이 반토막 났다.
내년에도 수급 불안은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4일 열린 세미나에서 내년 수도권 입주 예정 물량이 올해(16만 1357호) 대비 30.8%(4만 9688가구) 줄어든 11만 1669가구로 전망했다. 공급 감소가 명확한 가운데 매매는 ‘똘똘한 한 채’ 선호에 따른 수도권 수요 쏠림, 전세는 토허구역 지정 여파 등으로 내년 가격이 올해 대비 각각 1.0%, 4.0% 상승할 것이라고 봤다.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은 전세시장을 중심으로 날로 커지는 모양새다. 실제로 KB부동산이 표본 공인중개사무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집계한 부동산심리지수에 따르면 주간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10월 둘째주(10월 13일) 95.5까지 치솟았다가 10·15 대책 이후 관망세가 짙어지며 11월 첫째주(11월 3일) 74.9까지 떨어졌다. 반면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1월 첫째주 160.3을 기록, 2021년 9월 둘째주(164.1) 이후 4년 2개월여 만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전세난에 대한 실수요자의 높은 불안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매물잠김 추이에 따라 아파트를 매수하는 전략까지 등장한 실정이다. 가령 원하는 지역 또는 단지 전체 가구 수 대비 전월세 매물 비율이 낮고, 매매 매물 비율이 아직 높다면 매수를 적극 타진해보라는 전략이다. 전세 매물 잠김으로 전세 가격이 상승하면, 전세 수요가 매매로 향하면서 매매 가격 또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해당 전략의 주요 근거다. 전세 매물 잠김이 전세 가격은 물론 매매 가격 상승의 트리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인 셈이다.
일단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의 복잡성을 고려하지 않은 전략이라며 주의를 당부하는 한편, 더 나아가 전세 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는 매물이 부족할 때 월세를 선택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거나, 주택 유형을 바꾸거나, 가족과 잠시 가구를 합치거나 등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며 “전세 매물이 부족하다고 해서 그 수요가 반드시 매매로 이동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 리서치랩장은 “전세 매물이 잠기고 가격이 상승하면 매매로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은 높지만, 그때 해당 지역 또는 단지의 매매 가격을 살펴 의사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일대 공급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현재 가격이 전 고점 대비 어느 수준인지, 자금은 어떻게 조달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이 여전히 상존하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공급 일정과 실행계획을 조기에 제시해 시장이 ‘기다릴 수 있는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주택공급 확대의 중요성은 단지 매매뿐 아니라 실수요 중심의 임대시장 안정과도 직결된다. 이론적으로 신규 입주 물량이 부족할 경우 전월세 가격 상승 압력이 커져 국민 주거 안정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