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자극 원인, 갭투자 아닌 ‘전세 절벽’[손바닥부동산]

재테크

이데일리,

2025년 11월 15일, 오전 09:18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최근 부동산 시장을 해석하는 여러 분석에서는 여전히 “갭투자가 집값을 자극한다”는 익숙한 구도가 반복된다.

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사진=방인권 기자)
그러나 지금의 시장을 실제 데이터와 구조적 변화를 통해 살펴보면, 과거와 같은 투자 중심의 움직임이라고 보기 어렵다.

시장의 중심 동력은 투자 레버리지가 아니라 전세공급의 급격한 축소다. 전세 매물이 빠르게 사라지면서 전세가격이 오르고, 이 상승한 전세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실수요층이 매매시장으로 이동하면서 가격이 반등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는 겉으로 드러난 분위기 변화나 단기적 기대심리 반등이 아니라, 시장의 기반이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최근 집계 기준 2만 6737건에 불과하다. 연초 3만 1814건에서 무려 17.2%나 감소한 수치로, 단기간에 전세공급이 크게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KB부동산이 집계한 전세수급지수 157.7은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전세시장에서 실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극심한 불균형 상태를 나타낸다. 전세수급지수가 150을 넘는 국면은 통상적으로 매물이 거의 없고 수요가 몰리는 시기로 평가되며, 전세가격의 추가 상승 압력이 강해지는 단계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전세를 유지하려는 세입자조차 비용 부담을 견디기 어려워지고, 전세가 불안정해질수록 매매로 이동하는 실수요는 더 빠르게 증가한다.

KB부동산 전세수급지수 (그래픽=도시와경제)
전세공급 축소는 단순히 매물 부족이 아니라 제도와 환경 변화가 겹친 구조적 현상이다. 계약갱신청구권 시행 이후 임차인의 이동이 줄어들면서 신규 전세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기 시작했고, 다주택자에게 강화된 세 부담은 기존 임대물량을 시장에서 이탈시키는 결과를 만들었다. 여기에 전세사기 위험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임대인들의 전세 기피 현상이 확대되며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 정책이나 시장 사이클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전세제도가 과거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워진 구조적 변화라고 보는 편이 맞다.

전세가격 상승은 실수요자에게 직접적인 압력으로 작용한다. 특히 30~40대 실수요층은 직장 접근성, 자녀 교육, 생활환경 등 거주 기반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많기 때문에 전세가격이 불안정해지면 매매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에서 실수요 중심의 거래가 빠르게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수요가 주도하는 시장에서는 매수세의 속도가 느려 보일 수 있으나, 일단 가격이 움직이면 하방 경직성이 강해지고 조정 폭이 작아진다는 특징을 갖는다. 지금의 시장은 이러한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반대로 갭투자는 현재 시장에서 영향력이 크게 약해졌다. 고금리 상황에서는 전세를 끼고 레버리지를 활용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이 사라진다. 전세가율이 낮고 대출 금리가 높으면 투자자의 수익성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과거 저금리 시기에는 갭투자가 시장을 끌어올렸던 적이 있었지만, 현재는 금리·규제·수익성 어느 측면에서도 갭투자가 확대되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럼에도 시장이 반등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격 상승의 원인이 투자자 확대가 아니라 전세시장 붕괴로 밀려난 실수요의 이동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해준다.

그럼에도 정책의 방향은 여전히 갭투자 규제나 대출 조이기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갭투자자를 막으면 전세공급이 늘어나지 않는다. 갭투자 규제는 투자자의 행동을 제한할 뿐, 전세공급을 회복시키는 데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전세공급이 줄어든 상태에서는 실수요가 매매로 갈 수밖에 없고, 이러한 흐름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지금 시장이 필요로 하는 것은 투기 억제가 아니라 임대공급 기반을 유지하고 복원하는 정책 전환이다.

정책은 임대사업자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 매물 이탈을 막고, 도심 내 중형 평형 중심의 공공전세 공급을 확대하여 전세시장에 직접적인 공급을 투입해야 한다. 아울러 월세 비중을 과도하게 높이는 세제와 제도 역시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임대시장이 안정되어야 실수요의 선택지가 넓어지고, 매매시장도 자연스럽게 안정된다.

결국 지금의 집값 상승은 투기적 움직임이 아니라 전세공급 붕괴라는 구조적 문제의 반사작용이다. 전세시장이 비어가면 매매가격은 반드시 오른다. 시장의 가격은 수요보다 수급의 균형이 결정하며, 전세공급 안정이 곧 시장 안정의 출발점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사진=도시와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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