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도 쪼개 판다…美 핀테크 피규어, 토큰화 시장 '강자' 급부상

재테크

뉴스1,

2025년 11월 17일, 오전 07:03

피규어 로고.

최근 실물연계자산(RWA) 시장에서 주택담보대출을 토큰으로 쪼개 판매하는 '토큰화 대출채권'이 주목받고 있다. 해당 시장을 대부분 장악한 미국 핀테크 기업 피규어(Figure)는 주택담보대출 정보를 블록체인에 올려 대출 과정을 크게 간소화하고 투명성을 높여 지난 9월 미국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또 유동성과 투명성 측면에서 한계가 컸던 기존 대출채권을 토큰화해 투자자는 낮은 진입장벽과 실시간 거래 환경을, 발행사는 빠른 유동화와 비용 절감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게 됐다.

국채보다 뜨거운 '토큰화 대출채권'…피규어, 온체인 대출로 절차 간소화
17일 업계에 따르면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디지털 전환 시대의 국채 토큰화' 보고서에서 "지난 9월 말 기준 글로벌 토큰화 자산 규모는 322억 7000만 달러"라며 "2년 전보다 약 4배 늘어난 수치로, 연평균 증가율로 보면 102.5%에 달하는 성장세"라고 밝혔다.

토큰화 자산의 대표 사례로는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미 국채 토큰화 펀드 '비들(BUIDL)'이 꼽힌다. 비들은 블랙록이 미 국채 투자로 수익을 내면, 투자자에게 수익만큼 비들 토큰을 매달 지급하는 구조다. 지난달 비들의 총 자산가치는 한 달 새 30% 이상 증가하며 30억 달러에 육박, 토큰화 국채 시장 1위 자리를 굳혔다.

그러나 최근 미 국채 토큰화보다 주목받는 시장이 있다. 바로 '토큰화 대출채권'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사모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한 토큰화 자산 시장 규모는 지난 9월 기준 173억 9000만 달러로, 전체 토큰화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토큰화 대출채권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기업은 점유율 약 70%를 차지한 미국 핀테크 기업 '피규어'다. 피규어는 지난 2018년 주택담보대출(HELOC) 서비스를 시작으로 금융 플랫폼 시장에 진출했다. 자체 블록체인 '브로비넌스'를 구축해 대출 정보를 온체인에 올려 투명성과 보안성을 강화했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 센터장은 "미국에서 주택담보대출은 보통 2~6주가 걸리지만, 피규어는 5영업일 안에 대출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피규어는 단순 대출을 넘어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토큰화해 판매하는 전략을 택했다. 투자자는 토큰을 거래하며 소유권·권리를 블록체인에 투명하게 기록할 수 있다.

또 스마트 콘트랙트가 이자 지급 일정과 권리 배분, 계약 이행 등을 자동으로 처리한다. 투자자들은 토큰 보유 비율에 따라 대출자가 매달 납입하는 이자와 만기 원금 상환분 등을 자동으로 배분받는 구조다.

김병준 디스프레드 연구원은 "투자자 입장에서 낮은 진입장벽과 24시간 실시간 거래, 투명한 정보 접근성 등 다양한 이점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는 접근성 강화, 발행사는 유동성 확보…비용 절감·신용도 개선 효과
대출채권 발행사도 토큰화를 통해 효용을 누릴 수 있다. 기존 대출채권은 회수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서류·정산 절차가 복잡해 유동성 확보가 어려웠다. 하지만 토큰화 방식은 채권을 쪼개 판매해 유동성과 투자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김 연구원은 "빠른 자산 유동화로 자본회전율이 올라가고, 증권화·거래 과정을 자동화해 운용·관리 비용이 줄어든다"며 "소액 투자와 24시간 거래로 더 많은 유동성을 확보하고, 온체인 투명성을 확보해 신용등급 향상과 규제 준수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은 "사모 대출의 투자 장애 요인이던 유동성과 효율성, 투명성을 토큰화가 해결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토큰화 열풍에 힘입어 피규어는 지난 9월 미국 나스닥 상장에도 성공했다. 김 센터장은 "최근 미국에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늘고 있는 데다, 피규어가 은행이 아닌 민간 기업임에도 대출을 취급한 점이 인기를 끌었다"며 "토큰화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해 기관급 예금 없이도 미국 주택담보대출 시장 1위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대출채권을 포함한 RWA 시장 규모가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김 연구원은 "자산을 즉시 쪼개 유동화하고, 온체인에서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오는 2030년까지 대출채권을 포함한 RWA 시장이 최대 16조 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고 말했다.

chsn12@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