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개발 초래"vs"사업 속도"…서울시·자치구 정비사업 인허가권 공방

재테크

이데일리,

2025년 11월 18일, 오전 05:00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서울 주택 공급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정비구역 지정권한 등 인허가권을 지자체에서 자치구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울시 단일 창구로 인허가를 진행하다 보니 이른바 ‘병목현상’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자치구별 다른 기준과 절차로 인해 오히려 혼란이 발생, 도시계획 체계가 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오찬회동을 마친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지난달 28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에 정비구역 지정 권한 등 인허가 권한을 자치구에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구청장은 “정비 사업의 첫 관문인 정비 구역 지정이 서울시에만 집중돼 사업 규모와 관계없이 모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와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며 “이런 구조가 서울시 정비 사업 전반의 병목을 초래하는 근본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이른바 ‘인허가 병목 현상’은 정비사업의 지연을 초래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정비사업 인허가는 광역자치단체와 기초단체가 권한을 나눠서 가지고 있는데 광역자치단체장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정비사업을 지정한다. 기초단체가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용적률 완화 등 주요 변경 사항은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의 심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서울을 기준으로 시가 25개 자치구에 대한 모든 정비구역 지정 및 도계위 심의를 받아야 하니 이른바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여권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주택시장안정화 태스크포스(TF) 역시 이 같은 병목현상을 해결할 방법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과 달리 경기도의 경우 기초자치단체장이 정비사업 관련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어 신속하게 진행되는 반면 서울은 광역자치단체 심의에 막혀 속도를 붙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난개발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치구가 경쟁적으로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다보면 자치구 간 불균형과 인프라 부족 등 난개발이 속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정비사업에 속도를 낼 수는 있겠지만 도시 전체적인 균형 발전보다는 개별적인 ‘각자도생’ 정비사업, 난개발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역 민원에 크게 휘둘릴 위험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역시 이러한 이유로 인허가권 이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3일 “자치구에 인허가권이 이양되면 시장에 상당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주부터 착공, 준공까지 시기 조절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세대란 등 여러 우려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민선 구청장의 특성상 이해관계로 인해 지역 압력을 받게 된다면 사업을 빠르게 추진할 수밖에 없고 25개 자치구가 모두 서두르다 보면 전세대란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서울’이라는 하나의 생활권에서 구역지정 권한 이양 자체가 혼란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오 시장은 지난달 31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일부에서는 구청으로 내려주면 빠르다고 그러는데 서울은 동일 생활권”이라며 “도로도 공통이고 상하수도도 공통인데 자치구별로 따로따로 하게 되면 오히려 엇박자가 난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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