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th SRE][Issue]올해는 불안, 내년은 불투명…‘고환율’ 고착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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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11월 18일, 오후 01:30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2025년 환율은 정치와 경제, 심리의 모든 요인이 한데 얽혀 움직였다. 상반기엔 국내 정치 불안과 계엄령 발동이라는 초유의 상황이 시장을 흔들며 원·달러 환율을 단숨에 1500원 부근으로 끌어올렸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진정되자 잠시 안도랠리가 찾아왔지만, 그 틈을 타 대미투자 자금 이슈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과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장기화 우려 등이 번지며 환율은 하반기에 다시 1500원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연말까지 뚜렷한 하락 요인이 보이지 않는 데다, 내년에도 미 금리 인하 속도와 글로벌 경기 둔화가 엇갈리며 1400원대 체류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美관세에 변동성 높아진 올해 환율

36회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 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결과 최근 환율 변동성 확대의 가장 큰 이유로 191명(86.0%)이 ‘미국발 관세 등 무역 정책 불확실성 확대’를 꼽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부터 미국은 상호관세 정책을 펼치면서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에 15% 이상의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과는 관세 전쟁을 벌이며 서로 100% 넘는 관세를 부과하기도 하는 등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최근에는 한국에 3500억달러의 대미투자를 요구하면서 10월 환율은 1440원대로 올랐다.

14명(6.3%)은 ‘한국 수출 부진 및 글로벌 경기 둔화’를 환율 변동성 확대 이유로 지목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나타내면서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9월 기준으로 경상수지는 134억 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월간 흑자 기준으로 역대 2위이자, 연속 흑자 기간도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길다.

관세 협상이 지연되면서 아직까지 수출에 큰 영향이 없지만, 연말이나 내년 초부터 관세 여파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할 경우엔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가 흔들릴 것이란 우려에서 환율 상방 변동성이 커졌다고 본 것이다. 고율 관세 여파로 미국은 물론 주요국들도 경기 둔화가 가시화된다면 위험통화인 원화가 약세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타(10명, 4.5%) 환율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는 △미국 셧다운 및 대미 관련 투자 불확실성, △내국인의 해외투자 증가, △AI·스테이블 코인 시장 변화 등을 손꼽았다.

미국에서는 의회가 예산안을 제때 처리하지 못해 정부 기능이 일시 중단되는 셧다운 사태가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했다. 셧다운으로 인해 미국의 경제지표들이 발표되지 못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방향도 불투명해졌다. 연준은 10월 금리 인하를 했으나, 최근 연준 인사들이 12월 인하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경제 지표는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지연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커지자 달러화는 강세로 방향을 트는 모습이다.

한미 관세 협상이 3500억달러 전액 현금 투자에서 ‘연 200억달러 상한’으로 대미투자 조건이 완화되면서 환율은 1440원대에서 1420원대로 20원가량 하락했다. 하지만 연 200억달러의 구체적인 조달 방안이 아직 나오지 않았고, 장기적으로는 대미투자금으로 인해 달러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우려에 환율은 11월에 1450원을 돌파했다.

꺾이지 않는 미국 증시 상승세에 ‘서학개미’가 확대되고 있는 것도 환율 상방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이다. 지난 10월 국내 개인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은 총 68억 1000만달러(약 9조5000억원)로, 통계 작성(2011년) 이후 최대였다.

스테이블 코인이 각광 받고 있는 상황도 달러 수요를 키우고, 장기적으로 고환율을 지속하게 한다. 현재 스테이블 코인의 90% 정도가 달러 기반이고, 90일 만기 미국 단기 국채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 국내 수급·달러 강세에 연말 환율 ‘고공행진’

올해가 두 달 남짓 남았지만 환율 추가 상승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 잠잠하던 달러가 다시 움직이고 있어서다.

올해 초 달러인덱스는 109에서 6월 말 96선까지 내려오면서 약 12% 급락했다. 이에 ‘달러 패권 약화’까지 언급되면서 달러 약세 시대가 굳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달 들어 달러가 차츰 오르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최근의 달러 강세는 AI 등 기술주를 중심으로 고점 부담이 가중되면서 안전자산 쏠림이 두드러지고 있는 영향이다. 그간 미국 증시는 AI에 힘입어 고공행진을 이어갔으나 최근 ‘고점 논란’이 불거지면서 조정 국면을 보이고 있다.

연준 내 이견으로 올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 것도 안전자산인 달러 쏠림을 키우고 있다.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25bp(1bp=0.01%포인트) 금리 인하 확률은 67%에 달하지만, 내년 1월에 추가 인하를 예상하는 확률은 24%에 불과하다. 금융시장에서 12월 금리 인하 이후 연준이 금리동결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진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중단) 사태가 사상 최장 기록을 세울 정도로 장기화되고 있는 점도 달러화에 힘을 더한다. 연방정부 폐쇄 장기화가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이밖에도 관세정책에 대한 미국 연방 대법원 심리, 일본 정치 불확실성에 대한 엔화 약세, 미국내 단기 자금시장 경색 등이 글로벌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들도 연말까지 환율 추가 상승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4분기 상단 1460원 전망을 고수하고 있으며, 최근 뉴욕증시 기술주 조정과 맞물려 11월 중 고점을 확인한 후 연말까지 하향 안정화를 예상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상승 재료에 민감한 환율의 비대칭적 움직임이 계속되며 상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에 단기적인 모멘텀이 생기면 그 흐름을 이어가려는 관성이 있기 때문에 환율 상승세가 단기에 더 높은 곳을 향할 수 있다는 경계감을 가져야 한다”며 “달러화가 올해 상반기의 하락 폭을 조금 더 만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주원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금리 인하 사이클과 글로벌 유동성 확대 국면이 유효하다는 것이 다시 확인돼야 달러 가치 하락과 함께 환율도 하향 안정화 가능하다”며, 환율 상단을 1380원으로 제시했다.

◇ 내년에도 ‘1400원 뉴노멀’ 될까

내년 환율도 1400원대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SRE 설문에서는 41명(18.5%)이 설문 당시 환율인 1400원 수준의 환율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비중으로 1410원대로 상승한 후 박스권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또 환율이 1420원대 이상을 지속할 것이란 의견도 58명(26.1%)이나 됐다. 반면 79명(35.6%)은 환율이 1300원 중후반대로 내려올 것으로 관측했다.

대규모 대미 투자와 글로벌 무역 분쟁, 기준금리 경로 등이 환율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손꼽혔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2026년 평균 환율이 1441원으로 계산됐다”며 대미 투자로 인해 환율이 약 117원 정도의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2026년 한미 기준금리 전망치와 무역수지가 올해와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내년 환율은 1330원 수준이지만 대미 투자를 3년간 분할해서 투자하면 연평균 78원 정도의 환율 상승 압력이 있다”며 “첫 해에 더 많은 상승 압력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 대미투자로 인한 환율 상승 압력 117원을 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향후 교역 환경 변화, 금리 경로 수정, 대미투자 협상 등 불확실성 요인이 많아 환율 변동성은 커질 전망”이라고 봤다.

반면 내년에는 한국과 미국 통화정책 차이로 인해 한미 금리차가 축소되면서 환율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는 이같은 환율 하락 전망을 바탕으로 “원화 강세에 따른 외국인 매수세 유입은 국내 증시 상승 요인으로 환율이 안정화되면 지수 상승 모멘텀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6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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