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올해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마포구 ‘염리4구역’은 현재 시세로 대지 지분을 13.2㎡(약 4평)의 빌라 가격이 12억 5000만원에 달한다. 인근 부동산의 공인중개사는 “규제 발표 이후 문의가 부쩍 늘어난 것을 체감한다”며 “갭투자 여전히 가능하냐는 문의가 가장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007년 추진위원회가 구성되고 지난해 시공사를 선정한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7구역도 내년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인근 공인중개업소로 문의가 많이 오지만 조합원들이 매물을 시장에 내놓지 않아 거래는 없는 상황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선 ‘규제 사각지대’인 재개발 투자에 관심이 커졌다. 재개발은 10.15 규제에도 관리처분계획인가 전 매물은 조합원 지위 양도와 갭투자(세 안고 매매)가 가능한데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적용도 피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재개발, 주택공급 풀 핵심 키…문제는 진행 방식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도 재개발이 수요가 많은 도심 내 주택공급 확대를 풀 핵심 키가 될 것으로 보고 규제 간소화 등 속도를 높이겠단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하지만 세부적인 진행방식에선 엇박자를 내고 있다.

국토부는 재개발 활성화를 위해 올해 2월부터 도심복합개발법을 민간에도 적용토록 개정안을 시행 중이다. 법안이 실행되기 위해선 각 지자체마다 조례안이 나와야 하는데, 현재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서울시만 조례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조례안이 계속 늦어지자 서울시는 규제 심의, 조기 심의 등 절차를 거쳐 내년 1월 도심복합개발법에 대한 조례를 공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 도심복합개발법 조례안 제정이 늦어지는 이유는 운영방식과 적용범위에 대한 합의점 도출이 늦어지면서다.

서울시는 재개발은 기존 서울형 정비사업 모델로도 충분하단 입장이다. 만일 도심복합개발사업을 새로 적용하더라도 운영 방식을 정해두기보단 사안에 따라 서울시장이 결정하는 방식이 바람직하고, 또 도심복합개발법 적용 범위를 법에서 정한 ‘공동주택단지의 부지 면적이 2만㎡ 이하인 경우’가 아닌 ‘5000㎡ 이하’로 대폭 축소하겠단 입장을 고수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토부가 도심복합개발 관련법을 제정하고 가이드라인을 지자체들에 배포했는데, 각 지자체 상황에 맞게 공동주택 구역이 나올 수 있도록 조례를 정하도록 했기 때문에 서울시 상화엥 맞게 하면 되는 것”이라며 “서울은 다른 도시와 달리 복잡한 요소가 많아 유연한 대응이 필요해 서울시장이 직접 상황에 맞는 결정을 내리는 운영방식이 적합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도심복합개발법 운영 방식과 범위 축소 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구자훈 한양대 석학교수는 “주거중심 도심복합개발에서 주택정비가 가능하려면 최소 1만㎡ 이하는 돼야 사업성이 나온다”며 “또한 운영방식도 규칙을 제정해 기준을 가지고 운영해야지 다수결에 의해 선출되는 지자체장이 상황에 따라 운영하면 자칫 포퓰리즘적으로 운영돼 도심 계획이 흐트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