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용산정비창 부지 “주택 2만 짓자 vs 국제업무지구 주력해야”
19일 정치권 및 정비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와 서울시의 입장이 가장 날카롭게 맞서는 곳이 바로 용산정비창 개발사업이다.
서울에 남은 사실상 마지막 대형 택지인 용산정비창 부지개발 사업을 두고 서울시는 국제업무지구에 방점을 둔 원안대로 가야 한단 입장인 반면 정부여당은 주택을 기존 계획인 6000여 가구에서 2만가구까지 늘려 짓자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용산청비창 개발사업 내 주택 공급을 2만가구까지 늘리라고 하자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하며 논란에 불이 붙었다.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용산정비창 개발은 원안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무엇보다 현 상황에서 용산정비창 개발사업 계획안을 추가 주택 공급을 위해 바꾼다면 개발 계획 재수립, 기반시설 계획 수정 등 2년 이상 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서울시는 지난 17일 용산정비창 부지를 국제업무지구로 조성하는 기존 계획에 속도를 붙이며 “용산정비창 내 6000가구 외에 인근의 정비사업지 등을 활용해 7000가구를 더해 총 1만 3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정부여당의 용산정비창 부지 내 주택 2만가구 공급 계획에는 선을 그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도시계획 원칙을 우선해 용산정비창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내년부터 2028년까지가 가장 큰 공급 절벽인데 용산정비창 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은 현실적으로 2035년이나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할 사항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용산정비창은 국가철도 부지이자 국제업무 핵심축이라는 특수성이 있어 도시계획 원칙이 우선해야 한다”며 “인프라 수용 능력을 무시한 고밀 개발은 중장기적으로 도심 기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눈에 불 켜고 주택 지을 부지 찾는 정부여당
용산정비창 개발사업 부지 외에도 정부여당은 서울 내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부지를 발굴하기 분주한 모습이다.
국회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LH에 환원한 삼성역 인근 공공부지와 태릉지역 육사 부지 그리고 이미 훼손이 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부지 등에 주택을 공급할 방법을 구상 중으로 주택공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 영역의 강화”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연내 주택공급확대 방안을 발표하기로 하면서 서울 내 그린벨트 해제가 유력한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서울에 남은 그린벨트는 약 150㎢로, 서울 전체 면적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이 중 일부만 해제돼도 도심 내 중규모 택지 확보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그린벨트 부지 활용에 있어서 가치를 상실한 곳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협의점을 찾는 과정과 지정 해제 이후에도 토지 보상 과정 등으로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린벨트 해제에 신중한 입장이다. 오 시장은 지난해 서리풀지구의 그린벨트를 해제하면서 “주택가격 상승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에 협조하기 위해 서울시의 오래된 원칙을 훼손했다”며 “물량을 최소화하자는 게 서울시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30만㎡ 미만 그린벨트 해제 권한은 지자체장에게 있기 때문에 서울시와의 협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보존 가치가 있는 그린벨트는 후손에게 물려줄 유산이기에 해제에 있어 합의점이 필요한데, 서로 기준과 판단이 달라 논란이 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방식·인허가 직권지정…정책마다 ‘엇박자’
임대방식을 두고도 정부와 서울시는 각을 세우고 있다. 국토부는 향후 2년 내 수도권 신축매입임대 7만가구 착공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하면서 공공임대 주택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반면 서울시는 민간 임대사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 일환으로 소규모 오피스텔 접도 조건 완화, 관련 인허가 절차 단축, 민간 임대사업자 금융 지원 등을 강화하겠단 입장이다.
서울 내 정비사업 인허가권에 대해서도 여당은 정비구역 인허가가 서울시 단일 창구로 진행되면서 정비사업이 지연돼 자치구로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 시장은 권한 부여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은 “자치구들은 모두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고 싶어하는데 구청장들은 지역에서 압력을 거세게 받아 중립을 유지하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무조건 부지를 발굴해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밀어붙이기식 정책보다는, 정비사업 시장 규제를 대폭 완화해 민간 공급을 활성화하는 방식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형석 미 IAU 교수 겸 우대빵연구소 소장은 “주택이 가장 부족한 곳이 서울이고, 주택을 공급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바로 재개발·재건축인데 정부는 토지거래허가제로 조합원 지위 양도를 막고, 관리처분인가가 나면 재개발 사업지 매물은 매도가 불가능하게 하는 등 사업을 지연하는 정책만 지속하고 있다”며 “정비사업은 더 위축되고, 주택공급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서 교수는 “시장의 다양한 요구를 공공이 모두 맞추긴 어렵기 때문에 민간 사업자들 규제도 어느 정도 풀어줘야 주택 공급이 이뤄질 수 있다. 협치를 해야만 시장 안정이 도출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