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억’ 다가구주택이 HUG 감평 받으니 ‘22.4억’…"시세 반영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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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11월 20일, 오전 10:40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서 3층 짜리 다가구주택을 임대하고 있는 A씨는 최근 임대보증금보증 가입을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지정 감정평가업체에 예비감정을 신청했다. 해당 업체가 제시한 예비감정 결과에 따르면 A씨의 건물 가치는 4억 5259만원, 토지 17억 9421만원 등 약 22억 4000만원 수준으로 감정했다.

같은 시기 A씨는 HUG 지정 대상이 아닌 다른 감정평가업체에도 해당 주택 감정을 의뢰했다. 그 결과 해당 주택 감정액은 28억 2282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건물 가치가 5억 4582만원, 토지는 22억 7700만원 수준이었다. 6억원 가까운 격차가 발생하자 A씨는 HUG 지정 감정가가 부당하다고 보고 이의신청을 준비 중이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주택가 모습. (사진=연합뉴스)
HUG가 새로 도입한 ‘인정감정평가’ 제도가 실제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 수준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HUG는 전세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인정감정평가제’를 도입했다. 기존에는 임대인이 직접 평가사를 지정했지만 이 제도를 통해 HUG가 선정한 5개 감정평가기관이 예비감정과 본감정을 맡는다. 이를 통해 보증금을 과다하게 책정하는 것을 막고, 감정평가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제도 도입 이후 평가 결과가 시세 대비 과도하게 낮게 산정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제도의 신뢰성이 도리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서울 지역 인정감정평가 161건을 분석한 결과 기존 감정액 대비 평균 감정액이 5.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75.8%에 달하는 122건이 평균 9.9% 내렸다. 감정가가 상승한 사례는 37건으로 23%에 불과했다.

비아파트 임대사업자들은 HUG 보증을 받기 한층 더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HUG의 보증 한도가 2023년 5월부터 공시가격의 126% 수준으로 낮아진 상황에서, 감정평가액까지 실제 시세보다 낮아지면서 보증 심사가 더욱 까다로워졌다는 것이다. 감정평가액이 낮아질수록 정상적 보증금도 HUG는 ‘과다 책정’으로 분류해 보증 가입을 거절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같은 지적이 잇따르면서 HUG는 내년 6월 30일까지 등록임대사업자의 임대보증금보증 가입 시 ‘일반거래용(시가참고용) 감정평가’를 추가로 인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개선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반응이다. 한 다세대주택 임대사업자는 “어차피 시세 감정을 내 돈 주고 받아야 하는 것은 똑같다”며 “결국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시장에서는 전세사기를 막기 위한 인정감정평가 제도의 도입 취지를 고려하면 제도를 보완해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HUG 감정평가 결과 산정 과정과 비교표준을 투명하게 제시해 납득 가능한 평가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등록임대 등 시세 변동 폭이 큰 주택 유형에 대해서는 일반거래용 감정평가 인정 범위 확대 등 예외 적용을 검토하거나, 시세 반영성을 높인 감정평가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보증기관은 재정 건전성을 위해 감정평가를 보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겠지만, 국민 입장에서 보면 시세가 보편타당하게 반영돼야 한다”며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감정평가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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