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30일 한국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중국은 연내 미국산 대두 1200만톤 구매 및 향후 3년간 최소 2500만톤의 추가 구매를 약속했다. 대두·옥수수·밀·닭고기 등 미국산 농산물에 일괄 부과했던 보복 관세도 중단키로 했다.
하지만 중국의 대두 구매가 기대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는 진단이다. 미 농무부(USDA)가 지난 9월 25일에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새 수출 시즌이 시작되는 9월 이후 중국의 미국산 대두 매입 계약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미 농무부는 지난 18일 중국에서 79만톤의 추가 구매가 있었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대규모 구매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같은 시기 중국으로 향하는 구매 계약 물량이 700만톤에 달했던 것과 대비된다. 이는 당시 미국산 대두를 두 번째로 많이 구매한 멕시코의 6배 규모였다. 또한 79만톤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물량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닛케이는 꼬집었다.
이에 따라 대두 수확기(9~11월)를 맞이한 미국 농가 및 수출업계에선 불만과 긴장, 불확실성이 눈에 띄게 고조했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관련 업계는 중국에 조속한 약속 이행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는 양호하며 미국 농산물 구매는 거의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는 최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을 통해 중국 측에 대두 구매를 가속해 달라고 요청토록 지시했다.
중국 측은 시장상황과 수급 안정을 이유로 추가 대형 계약에는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이 의도적으로 합의 이행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미국의 대두 농가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치 기반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 구매를 계속 미루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내년 중간선거에서 민심이 악화할 수 있다. 앞서 중국은 2019년에도 미국 농산물 수입을 중단해 트럼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압박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이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 등으로 공급처를 다변화한 것이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당장 공급처를 미국으로 변경하기에는 구조적으로 어려움이 크다는 얘기다.
중국은 한때 대두 조달의 50%를 미국에 의존했지만,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부터 지속된 미중 무역갈등으로 남미 국가로부터 대체 조달을 확대해 왔다. 그 결과 브라질산 대두는 현재 중국 수입량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아울러 중국이 미국산 대두에 보복 관세를 부과했던 탓에 미국산 대두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낮아졌다. 이에 따라 중국이 미국산 대두를 대량 신규 구매하기엔 유인을 느낄 이유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대두협회 및 곡물 전문가들은 “지금도 남아있는 관세와 운임, 거래 불확실성 탓에 미국산 대두가 남미산보다 비싼 상황”이라며 “중국 바이어들 입장에선 서둘러 미국산 대두를 구매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다급해진 미국 농업단체들은 일본·동남아시아 등지로 수입선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 대두수출협회(USSEC)의 짐 서터 회장은 “오랜 역사와 신뢰관계가 있는 일본, 관세 협상에서 수입량 인상을 표명한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각국의 수요를 받아들이고 싶다. 장기적으로 수출처를 넓혀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닛케이는 “세계 최대 대두 소비국인 중국은 무역전쟁 중 보이콧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를 흔들어왔다”고 짚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이 약속대로 대두를 구매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관세율이나 수출규제 등을 재조정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