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 글로벌 예술섬 조감도.(사진=서울시)
‘노들꿈섬’은 시민 참여와 사회적 합의를 강조한 도시재생 모델의 대표적 사례였다. 대규모 개발 중심에서 벗어나 점진적·단계적 조성 방식을 채택했으며 시민의 경험과 기억이 축적되는 공간을 목표로 했다. 이는 단순한 문화시설을 넘어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노들섬의 미래는 다시 한번 급변했다. 서울시는 ‘글로벌 예술섬’이라는 새로운 비전 아래 약 370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노들섬을 세계적인 랜드마크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기존 시설 일부를 철거하고 360도 전망대와 수상예술무대 등 새로운 시설을 도입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 계획은 여러 측면에서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첫째, 기존 490억원 상당의 투자 가치가 사실상 무효화한다는 점이다. 둘째, 노후화나 설계상의 문제가 없는 시설을 철거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셋째,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3704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이 불분명하다.
서울시는 시민 의견 수렴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국내외 유명 건축가들의 설계안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타당성 조사 등 근거 자료가 공개되지 않아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도 의문시되고 있다. 이는 과거 ‘노들꿈섬’ 프로젝트에서 보여준 시민 참여 모델과는 대조적이다.
노들섬 재개발 계획은 지속 가능성과 공공성 측면에서도 재고의 여지가 있다. 기존 시설의 활용도를 높이는 대신 새로운 랜드마크 조성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접근인지 의문이다. 또한, 이 계획이 전임 시장의 흔적을 지우려는 정치적 의도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도시재생사업의 본질은 낙후한 환경을 개선하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노들섬 프로젝트는 이러한 관점에서 재평가돼야 한다. 단순히 화려한 외관을 갖춘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도시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서울시는 노들섬을 세계적인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국제적 경쟁력 확보와 지역적 가치 보존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토마스 헤더윅의 ‘소리풍경’ 설계안이 당선됐지만 이 설계안이 노들섬의 역사와 문화적 맥락을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노들섬의 미래는 단순히 하나의 섬을 넘어 서울의 도시계획 철학과 공공자원 활용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반영한다. 490억원의 투자금이 꿈처럼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지금, 우리는 더욱 신중하고 포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지속 가능성과 공공성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노들섬이 진정한 서울의 자랑이 되기 위해서는 화려한 외관 못지않게 그 속에 담긴 시민의 꿈과 희망이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도시재생의 성공은 단순히 물리적 환경의 개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이용하는 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 공동체의 활성화에 있다. 노들섬 프로젝트가 이러한 본질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모든 이해관계자의 지혜와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