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제도화 앞두고 '반쪽짜리' 우려…"국채·주식도 함께 다뤄야"

재테크

뉴스1,

2025년 11월 26일, 오전 05:30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정무위원회 제10차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5.11.2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토큰증권(ST) 법안이 국회의 첫 문턱을 넘으며 제도화에 한 발짝 다가섰지만 뒤늦은 입법화에 토큰화 자산의 범위와 사업자 수가 해외에 비해 적어 '반쪽짜리 시장'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입법화가 3년 가량 지연되는 사이 해외에선 국채·주식 등으로 토큰화의 범위가 이미 확대된 만큼, 국내도 이를 위한기반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4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의 강준현·민병덕·조승래 의원과 국민의힘의 김재섭 의원이 발의한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을 병합 심사해 수정 대안으로 의결했다. 지난 2023년 2월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한지 2년 9개월 만에 국회의 첫 문턱을 통과한 셈이다.

해당 법안은 정무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여야 모두 토큰증권 제도화 필요성에 공감하는 만큼 남은 절차도 무난히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이다.

법안 통과 이후 업계의 관심은 토큰증권 시장 활성화 방안에 쏠리고 있다. 현재 한국의 토큰증권 시장은 부동산·미술품 등 일부 조각투자 기업들로만 이뤄져 시장 규모가 해외보다 작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3년부터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조각투자 사업을 일부 인정해 왔지만, 지난해 기준 국내 조각투자 연간 거래액은 145억 원에 불과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규모가 워낙 작아 법안이 통과해도 산업이 기대만큼 성장할지 미지수"라며 "조각투자 유통플랫폼 신규인가도 제한돼 판이 커지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지난 9월 조각투자 유통플랫폼 인가 단위를 신설하고 기업들의 난립을 막기 위해 최대 2곳까지만 신규인가를 내주기로 했다.

반면 해외는 이미 토큰증권을 넘어 실물 자산 전체를 쪼개 사고파는 실물연계자산(RWA) 시대가 현실화하고 있다. RWA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자산을 토큰화하는 것으로, 토큰증권보다 넓은 개념이다.

한국이 음원·미술품·부동산 등 일부 자산에 대해서만 토큰증권 사업을 인정하며 제도화를 추진하는 사이, 미국은 RWA라는 이름 아래 주식·채권 등 광범위한 자산군을 토큰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12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글로벌 토큰화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43% 증가한 322억 7000만 달러(약 49조 원)에 달한다.

그중 채권·주식 기반 토큰화 시장이 각각 91억(약 13조 원), 13억 달러(약 2조 원)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핀테크 기업 '피규어'를 중심으로 주댁담보대출 등 대출 채권 토큰화 시장까지 급성장하며 외연을 넓히고 있다. 미국의 주식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는 토큰화 주식을 기반으로 유럽에서 24시간 주식 거래 시장을 열었고, 나스닥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토큰화 주식 거래 도입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다.

업계는 국내 토큰증권 시장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기초자산 다양화와 사업자 참여 확대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는 일부 조각투자 자산에만 토큰증권이 한정됐다"며 "국채·주식 등 자산군을 다양화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본시장연구원도 지난 24일 발간한 '국내 토큰증권 현황·시사점' 보고서에서 "토큰화 활용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부동산 조각투자 등에 머물고 있다"며 "국채 토큰화와 관련한 단계적 로드맵을 마련해 자본시장형 디지털자산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채 토큰 프로젝트가 향후 디지털 금융 인프라 설계·운영 모델의 청사진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기관도 기술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분산원장 기반 기술이 금융 시스템에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며 "세계적 금융 기업 JP모건도 기업용 블록체인 '키네시스'를 통해 다양한 디지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기관들도 분산원장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hsn12@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