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이 드라마에 공감하는 이유는 ‘저런 김부장도 흔들리는데 나는 어떻게 버티나’라는 중산층의 불안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특히 5억원의 퇴직금을 손에 쥐고도 재무 관리에 실패하면서 ‘100세 시대’의 생활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은 현실보다 더 현실 같다.
◇억대 연봉 김부장도 못 넘는 강남의 성벽
김부장의 ‘서울 자가’ 지역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진 않았지만 극중에 제시된 여러 단서를 종합하면 김부장이 사는 곳은 강동구 소재의 구축 복도식 전용 84㎡ 아파트로 추정된다.
2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동구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11억 7128만원을 기록하고 있다.김부장은 집을 매수할 생각이 없었지만 “서울에 있는 중간 이상 가는 아파트들은 물가 이상으로 가격이 오르게 돼 있다”는 아내의 주장에 따라 전세 살던 아파트를 매수하게 된다. 아내의 대사에 따르면 서울 집값 폭등 시기 이전에 매수한 것으로 보여 자산증식 효과는 봤을 것이다. 부동산 급등기 직전해인 2017년 기준 강동구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6억원 안팎이다.
반면 극중 김부장의 후배인 도진우 부장은 서초구 반포의 신축 대단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김부장이 찾아본 도부장 아파트 가격은 68억원. “초반에 사서 돈 좀 벌었을 것”이라고 하니 도부장 역시 급등기 이전 매수했을텐데 집값 상승률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난다. 현재 전용 112㎡가 68억원대에 거래되는 반포의 대장 아파트 중 한 단지인 아크로리버파크의 경우 2014년 동일 면적 분양가가 17억 4100만원 ~ 20억 4000만원으로 형성됐다. 이후 부동산 급등기 직전인 2017년에는 26억원대까지 상승해 매매거래가 됐으며 2018~2021년 부동산 급등기를 지나며 40억원이 넘게 치솟았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대형 통신사 직원 1인당 평균 급여액은 1억원 가량이다. 25년 근속한 부장급 연봉의 경우 통신사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1억 5000만~2억원대 사이로 추정된다. 김부장과 도부장의 연봉은 큰 차이가 없더라도 집을 어디에 샀느냐에 따라 자산은 큰 차이가 나게 된다.
전문가들은 규제강화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강화하는 분위기에서는 극중 김부장과 같은 중산층도 주거 선택지가 줄어들며 핵심지와 비핵심지 간 양극화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강남 집값은 중산층의 소득 상승률을 크게 앞지르며 중산층의 진입 장벽을 고착화했다. 특히 대출·세금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산가들은 리스크가 적고 환금성이 뛰어난 강남과 한강벨트·분당·과천 등 초핵심지만 집중 매수하는 구조가 됐다”며 “반면 중산층은 대출 규제·세금 부담·가격 레벨을 동시에 감당하기 어려워 이동성과 선택지가 줄어드는 구조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30, 40대 실수요층은 자녀 교육, 직주근접, 교통 접근성 등을 고려할 때 강남권 진입이 어려워지면서 외곽 신축지나 광역교통망 중심의 지역으로 밀려나고 있다”며 “따라서 향후 시장은 핵심지 집중과 비핵심지 분화가 동시에 심화 되는 양극화의 가속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부장님, 상가는 노후보험이 아니에요”
기대수명은 길어지고 실제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짧아지면서 많은 은퇴자들은 퇴직금을 손에 쥐자마자 작은 창업에 뛰어들거나, 안정적인 월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부동산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OECD의 한국 경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한국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퇴직하는 평균 나이는 약 52.7다. 극중 김부장 역시 51세다. 김부장은 퇴직금으로 받은 5억원에 대출 5억원을 더해 상가를 10억 5000만원에 덜컥 분양받는다. 매달 월세로 1000만원은 들어올 수 있다는 분양 관계자의 말에 속아 내린 결정이다. 결과는 공실이다. 월세는 들어오지 않지만 관리비와 대출이자는 꼬박꼬박 나간다.
원작 웹툰에서는 이 상가가 공실 문제가 심각한 지식산업센터로 나온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기에 진입하던 2018년부터 정점을 찍은 2021년까지 건축허가를 받은 전국의 지식산업센터(지산) 수는 총 315곳이다. 대략 1곳당 최소 100호실이 있다고 한다면 3만호실이 넘는 수분양자들이 현재 입주를 시작했거나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이 중 절반은 공급과잉으로 텅 비어 있다.
생활형숙박시설(생숙)과 라이브오피스 역시 용도는 조금씩 달라도 아파트 대체 투자상품으로 많은 은퇴자를 유혹하던 수익형 부동산이다. 하지만 여러 환경 변화와 규제 때문에 투자자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후자금을 위한 부동산 투자는 시장이 공급 과잉 상태인지, 또 수요는 충분한지, 규제가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 연구소장은 “갭투자가 막히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추가 아파트 투자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일부 은퇴자들은 생숙이나 지산을 고려하기도 하는데, 이보다는 아파트 대체투자로 입지가 좋은 지역의 오피스텔이나 재개발 가능성이 높은 빌라 등을 알아보는 것이 노후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