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3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영국 런던귀금속시장협회(LBMA)가 집계·공시하는 은 현물 가격은 이날 온스당 최고 58.94달러까지 상승했다. 이는 연초대비 두 배가 넘는 가격이다.
은 현물 가격은 지난 10월 17일 온스당 54.47달러로 종전 최고가를 찍었다. 이후 조정을 거치다가 지난달 28일 온스당 56.52달러로 오르며 다시 상승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45년 만에 온스당 5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을 때에는 미국 관세 정책에 대한 경계감 등으로 런던 현물 거래에서 사상 처음 실물 부족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후 수급이 완화되긴 했지만 공급 부족 등 근본적인 원인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마켓에지의 코스게 츠토무 대표는 “은 가격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는 여전히 올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일본귀금속마켓협회의 이케미즈 유이치 대표는 내년에는 은 가격이 지금보다 20% 가까이 더 상승해 온스당 70달러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조건이 겹친다면 온스당 100달러에 도달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내다봤다.
은을 따라 금 가격도 오르고 있다. 지난 1일 런던 시장에서 금 현물 가격이 한때 온스당 4264.29달러를 기록해 약 한 달 만에 최고가를 찍었다. 같은 날 플래티넘(백금) 현물 가격 역시 온스당 1713달러까지 올라 10월 기록한 12년 반 만의 고점(1726.58달러)에 근접했다.
미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가 가격 상승 촉매제가 되고 있다. 금리가 내려가면 이자가 붙지 않는 금·은 등 귀금속 투자 매력은 상대적으로 커지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초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할 것이란 소식도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데다 정치색이 짙은 인물이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졌고, 달러화 표시 자산에서 ‘무국적’ 자산인 귀금속으로 자금을 분산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했다.
AI주 투자자금도 일부 귀금속으로 흘러들어갔다는 분석이다. 닛케이는 최근 엔비디아 등 AI 관련주 주가와 귀금속 가격이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도요시마 이츠오 마켓 애널리스트는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 일부가 AI주를 매도해 생긴 대기 자금을 흐름이 좋은 귀금속에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스톤X의 로나 오코넬 시장조사 책임자도 AI 관련주에서 귀금속으로의 자금 유입에 대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투자심리가 악화했을 때 미 국채가 해왔던 피난처 역할도 귀금속이 대신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미 국채와 금 모두 대표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피델리티의 시게미 요시노리 거시전략가는 “올해는 미 국채 리스크 확대로 위험자산을 헤지하기 위해 자금을 금으로 옮기는 움직임이 이어졌다”며 “최근의 AI주 매도로 그 흐름이 가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