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구리, 금 제치고 '최고 투자처' 부상…"공급 부족 우려"

재테크

이데일리,

2025년 12월 08일, 오후 06:21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은과 구리가 금을 제치고 오는 2026년 가장 주목받는 금속 투자처로 떠올랐다. 공급 부족 우려 속에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이 사상 최고 랠리를 예상하며 대거 매수에 나서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은 가격은 올해 거의 2배 상승했다. 상승폭의 대부분은 최근 2개월 사이에 집중됐다. 인도의 수요 급증과 은 기반 상장지수펀드(ETF) 수요가 늘어나면서 유례 없는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한 여파로 풀이된다.

최근 몇 주간 런던 보관소로 더 많은 은이 입고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은 다소 완화됐다. 하지만 다른 시장에서는 여전히 공급 제약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재고는 1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마렉스그룹의 에드 메이어 애널리스트는 “은 랠리는 변동성이 더 높아 보인다”며 “차트를 보면 이전 랠리보다 더 가파른 포물선 상승이 나타난다. 매수가 훨씬 더 집중돼 있고 훨씬 짧은 기간에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 가격 상승세는 최근 금을 앞질렀다. 금은 지난 10월 20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대부분 횡보했다. 반면 은은 11% 이상 상승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구리는 9% 가까이 올랐다.

◇은 ETF로 10억 달러 유입

(사진=AFP)
최대 은 ETF인 ‘아이셰어스 실버 트러스트’의 내재 변동성(예상 가격 변동폭)은 지난주 2021년 초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당시 은은 잠깐 밈주식 트레이더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지난주엔 이 ETF로 약 10억 달러(약 1조4750억원)가 유입됐다. 이는 최대 금 펀드로의 유입을 초과하는 규모로, 현물 가격에 추가 상승 압력을 더하고 있다.

글로벌X ETF의 트레버 예이츠 선임 투자 애널리스트는 “귀금속에 상당히 과소 배분됐던 서방 투자자들이 최근 몇 달간 은 ETF로 몰려들었다”며 “배분이 정상화되면서 추가 유입 여지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 은 선물 옵션도 매수 열풍을 맞고 있다. 더 큰 변동폭, 특히 추가 랠리에 대한 보호 수요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에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CME그룹 데이터에 따르면 마이크로 선물 계약의 5일 평균 거래량이 10월 중순에 기록한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이다.

지난주 수요일과 목요일 이틀간 COMEX 은 2월물 80~85달러 콜 스프레드 옵션 5000계약 이상이 거래된 것은 투기적 열기를 증명하는 사례다. 이는 2500만 트로이온스 규모에 해당하며, 새해 초 은 가격 급등에 베팅하는 포지션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마이크 맥글론 선임 원자재 전략가는 “12월 2일 기준 은은 5년 평균 대비 82% 프리미엄을 기록했다”며 “1979년 이후 가장 극단적인 연말 평균 편차에 근접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렉스의 메이어는 “은 랠리가 어디서 끝날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차트가 돌파하면 저항 지표가 없다”며 “최고점은 85달러일 수도 있고 60달러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구리, AI·청정에너지 수요로 급등

(사진=AFP)
상대적으로 금융적 요소가 덜한 구리는 공급 부족 전망이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화 수요와 청정에너지 프로젝트 증가로 향후 몇 년간 구리의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

지난주 구리는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톤당 1만1600달러 이상의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뉴욕 COMEX 3월물의 등가격 변동성은 4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가장 큰 미결제약정은 현재 시장 수준보다 높은 콜옵션에 집중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미국 공급을 늘리기 위해 구리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구리 가격과 무역 흐름이 뒤집혔다. 이 결정으로 뉴욕 선물가격이 LME를 상회하며 미국 수입이 기록적으로 급증했다. 메르쿠리아 에너지 그룹, 트라피구라 그룹, 글렌코어 등 트레이더들이 차익거래를 활용했다.

스톤X 파이낸셜의 샤오위 주 트레이더는 “구조적으로 강세인 펀더멘털 때문에 구리 가격 하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광산의 차질로 인한 구리 공급 제약이 AI 데이터센터 전력화와 청정에너지 전환으로 인한 구리 수요 증가와 맞물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가 지난 7월 말 예상 밖으로 상품급 구리를 관세 대상에서 제외한 후 흐름이 둔화됐었다. 하지만 최근 몇 주 트럼프가 내년 1차 구리에 관세 부과 계획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무역업체들이 다시 금속 선적 경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그렉 샤레나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실제 또는 잠재적 관세로 인해 물량이 미국으로 이동하면서 글로벌 균형이 상당히 타이트해졌다”고 말했다. 글로벌 벤치마크 가격 대비 훨씬 높은 미국 가격에 반영된 인센티브가 물량을 미국에 유지하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귀금속이든 구리든 일부 금속 시장의 글로벌 타이트함을 부채질한 것 중 일부는 차익거래 영향이었다”며 “이것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에 대해선 말하기 어렵기 때문에 두 상품 모두 10~15% 조정이 있을 수 있고, 이는 장기 추세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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