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한 채’ 쏠림에…다주택자 비중 2년 반만에 최저

재테크

이데일리,

2025년 12월 11일, 오전 05:00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주택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연말까지 이어지며 다주택자 비중이 바닥을 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핵심 입지에 있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짙어지면서 통계상 다주택자 비율이 2년 6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10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전국 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연립주택 등 집한건물 다소유지수는 16.39로 나타났다. 2023년 5월 16.38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전체 소유자 중 두 채 이상을 가진 사람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올해 흐름을 살펴보면 지난 1월 16.49로 시작해 △6월 16.47 △7월 16.45 △8월 16.43 △10월 16.42로 집계되며 하반기 내내 뚜렷한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통계 집계 이후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던 다소유지수는 2021년 12월 16.13까지 떨어졌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취득세와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중과 등 고강도 세제 개편이 연이어 시행된 여파다. 하지만 이어 2022년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가 시행되면서 억눌렸던 다주택 수요가 반등했다. 다소유지수는 2022년 12월 16.27에 이어 2023년 16.45, 2024년 16.5까지 치솟았던 바 있다.

전문가들은 올 들어 다소유지수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것에 대해 과거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와는 결이 다르다고 진단한다. 시장 참여자가 자발적으로 ‘똘똘한 한 채’를 찾아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데다 6·27 대출 규제, 10·15 부동산 대책 등 고강도 규제가 이어지면서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 매력은 크게 떨어졌다. 여기에 주식·코인 등 금융자산 배분을 위해 부동산 보유를 줄이고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경향까지 겹치며 핵심 입지의 값비싼 한 채만 남기려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시장의 눈은 현재 시행 중인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내년 5월 9일에 쏠리고 있다. 예정대로 중과 유예가 종료되면 다주택자가 부담해야 할 세금은 기본세율 적용 대비 최대 3배 가까이 급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세금을 피하기 위한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현재 유예 조치가 시행 중이지만, 내년 5월 이후 양도세 중과가 부활할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세금 리스크를 피하려는 일부 다주택자들이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에 매물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 가격이 ‘똘똘한 한 채’ 붐으로 많이 올랐는데, 어찌 보면 비싼 가격 자체가 최대 악재”라며 “수요자들은 추격 매수보다 시장을 관망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시장 충격을 막기 위해 유예 조치를 연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이번에 양도세 중과 배제 조치를 연장하지 않고 종료하게 되면, 세금 부담을 느낀 소유주들이 집을 팔기보다 버티기에 들어갈 수 있다”며 ‘매물 잠김’ 효과를 우려했다.

다만 단순한 유예 연장만으로는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만큼, 제도 자체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원칙적으로는 한시적이어야 할 유예 조치가 계속 반복되면서, 시장에는 ‘다주택자라도 세금을 아주 많이 내지는 않는다’는 내성이 생긴 상태”라며 “단순 연장을 넘어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가 정말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는지 제도의 실효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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