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도 ‘그사세’…성북 래미안길음 0건 VS 송파 리센츠 12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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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12월 18일, 오전 05:10

[이데일리 박지애 김은경 기자] 서울 성북구 대장 아파트인 래미안길음센터피스는 6·27 대책 발표 이후 이달 15일까지 국민평형(전용 84㎡) 기준 전세 계약이 단 한 건도 없었다. 전세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세입자들이 빠르게 월세로 이동하면서 전세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위축된 영향이다. 이달 15일 기준 전세 매물은 7건으로 10·15 대책 발표 전인 10월 1일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반면 서울 송파구 대장 단지인 리센츠는 같은 기간 국민평형 전세계약이 129건에 달했다. 전세 매물도 10월 1일 50건에서 이달 75건으로 늘어 하반기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급이 증가했음에도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전셋값은 10월초 13억원에서 최근 13억5000만원으로 뛰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전세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가 전면 금지되면서 서울 전세 시장은 빠르게 양극화되고 있다. 자금력이 부족한 수요자들은 대출 여력 축소로 월세로 밀려나는 반면, 자금 여유가 있는 세입자들은 강남권 전세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강남권은 새 정부 이전부터 갭투자가 제한돼 있어 추가 규제로 인한 ‘차손’이 거의 없었던 지역이다. 주택 선호가 높은 지역인데다 규제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다 보나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전세를 선호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반대로 서울 외곽은 전세 매물이 줄고 월세 매물이 늘어나는 구조가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17일 이데일리가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의뢰해 서울 자치구별 국민평형 평균 전셋값을 분석한 결과,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전셋값은 연초 대비 지난달까지 13% 상승한 반면 성북·중랑·강북구 등 서울 외곽은 5% 상승에 그쳤다. 강남권은 전세 매물 공급이 늘었음에도 가격 상승폭이 더 컸다.

6·27 대책으로 수도권의 전세대출 보증비율이 90%에서 80%로 낮아졌고, 10·15 대책에서는 1주택자가 서울 내 전세대출을 받을 경우 전세대출 이자 상환액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반영하도록 해 전세 대출 문턱이 더 높아졌다.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규제지역이 강남3구와 용산구에서 서울 전역으로 확대돼 갭투자 금지로 전세 매물조차 줄어든 상황이다.

그 결과 서민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온 전세 시장이 자본력을 갖춘 계층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2022년 전세사기 사태 이후 정부가 전세를 위험하다고 보고 대출 규제 강화 등 전세 축소 기조를 유지해오면서 전세가 이젠 자금력 있는 수요자들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며 “주거 사다리 등 전세 순기능을 감안해 안전장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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