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자유경제포럼 정책 세미나’에서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거래를 막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국면에서 거래를 막으면 시장은 오히려 불안정해진다”며 “규제로 틀어막을 게 아니라 가격이 오르는 신호를 인정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국회 자유경제포럼 정책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평가’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사진=김은경 기자)
전문가들은 최근의 집값 상승을 시장에서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8.04% 상승했다. 연말까지 하락 전환이 없으면 올해 상승률은 집값 급등기였던 문재인 정부 시기의 연간 상승률(2018년 8.03%·2021년 8.02%)을 웃돌며 2006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다. 12월 셋째 주(9~15일) 서울 아파트값은 일주일 만에 0.18% 오르며 전주(0.18%)와 같은 상승률을 보였지만 용산·성동·동작구 등은 0.3% 이상 오르며 비교적 높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적한 문제는 정부가 설정한 주택 공급의 범위다. 정부는 신규 주택 건설을 중심으로 공급 대책을 설명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기존 주택이 매물로 얼마나 나오느냐가 가격 형성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대출·세제 규제가 강화될수록 기존 주택 보유자들은 매도를 미루게 되고 이른바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한다고 양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신규 주택만 공급으로 보고 기존 주택이 시장에 나오는 공급은 정책 설계에서 빠져 있다”며 “이런 구조에서는 수도권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국지적인 가격 상승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 압력은 부동산 정책을 넘어 기업 투자 환경과도 맞물려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가 강화될수록 자금이 생산적 투자로 향하지 못하고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몰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막아두면 자금은 부동산으로 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거래 위축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세제 구조가 지목됐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1주택자가 장기간 보유할 경우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지만, 집값 급등 국면에서는 매도를 미루게 하는 강력한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유·거주 공제를 합쳐 최대 80%까지 공제되는 구조 속에서 집값 상승분이 세금 부담을 웃돌 경우 ‘안 파는 전략’이 합리적으로 작동한다는 게 양 교수의 주장이다.
◇‘규제→집값 상승’ 공식…“시장 혼란 커져”
전·월세 시장에 대한 우려도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월세 거주자는 저소득·저자산 계층이 많은데 규제 강화는 이들을 먼저 밀어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10·15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약 23% 감소하고 서울·경기 지역 전셋값이 한 달 새 2% 상승한 점을 근거로 들며 시차를 두고 더 큰 변동이 나타날 가능성을 경고했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규제의 본질을 ‘공급 축소’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는 단기적으로 가격 하방 압력 요인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 위축과 희소성으로 가격 상승을 유도한다”며 “대출 규제에 이은 주택 공급 정책은 시장에 모순된 신호를 준다”고 지적했다.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은 현 정부 대책을 “확실한 공급 전략 없는 단기 처방”으로 규정하며 서울처럼 수요가 많은 지역에 공급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규제만 강화되면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양준모 교수는 세제 구조의 전면적 재설계를 제안했다. 장기 1주택 보유자가 보유 기간이 길수록 이익을 보도록 유도하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중심의 세제에서 벗어나 주택 수가 아닌 주택 가액과 자산 규모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비례세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연말로 예고됐던 정부의 추가 주택 공급대책 발표 시점은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추가 주택공급 대책 발표 시점을 내년으로 미룰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부는 앞서 내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수도권에 135만가구를 착공하겠다는 9·7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자 노후 청사 재건축과 그린벨트 해제, 도심 유휴부지 활용 등 추가 공급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지수.(자료=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