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상장 늘자 '유의종목' 속출…'자율규제 실효성' 도마 위

재테크

뉴스1,

2025년 12월 21일, 오전 07:40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빗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나타나고 있다. 2025.12.1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가상자산 시장 침체 속 거래소들의 신규 상장이 잇따르자, 거래 유의 종목으로 지정되는 사례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유의 종목 지정 이후 가격이 급등락하는 이른바 '유의빔' 현상이 반복되면서, 상장과 사후 관리 기준을 자율 규제에 맡긴 현행 체계를 공적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하반기 유의 종목 지정 건수, 상반기 대비 33% 증가…'가격 급등락' 우려
21일 업계에 따르면 5대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가 올해 하반기 거래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가상자산 건수는 76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57건)보다 33% 늘어난 수치다.

월별로 보면 지난 7월이 2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올 상반기 중 유의 종목 지정이 가장 많았던 4월(15건)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달 역시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16건이 유의 종목으로 지정됐다.

유의 종목은 가상자산 발행사의 유통량 관리, 공시 이행, 사업 지속성 등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지정된다. 거래소는 이후 발행사에서 소명 자료를 받아 상장폐지 여부를 검토한다. 상장폐지 결정 전에 투자자에게 위험을 알리는 일종의 경고 조치다.

문제는 유의 종목 지정 이후 가격이 급등락하는 이른바 '유의빔' 현상이 잦아지며 투자자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의 종목으로 지정되면 통상 입금이 중단돼 외부에서 신규 물량이 유입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내부 물량만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출금이 가능한 경우 유동성이 빠르게 줄며 가격 변동성은 더욱 확대된다.

실제로 지난 3일 빗썸에서 유의 종목으로 지정된 보아(BOA)는 2주 만에 약 46% 하락했다. 에이피엠코인(APM)은 지난 2일 유의 종목 지정 직후 하루 만에 35% 급락한 뒤, 다음날 97% 급등했다가 다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신규 상장이 늘어난 점이 유의 종목 지정 증가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상자산 약세장이 이어지며 거래대금이 줄자, 거래소들이 투자자 관심을 끌 수 있는 신규 종목 상장에 나선 결과라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들이 신규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상장 속도를 높이면서 자연스레 유의 종목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어난 측면이 있다"며 "특히 거래량이 적은 종목일수록 유의 종목 지정 이후 가격이 급격히 변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들의 거래 대금은 실제로 연초 대비 크게 위축된 상태다. 지난 17일 코인게코 기준 업비트의 지난 24시간 거래대금은 전일 대비 34.8% 감소한 10억 459만 달러다.

가상자산 시장이 활황이던 지난 1월 고점 대비 약 93% 줄어든 수치다. 빗썸의 지난 24시간 거래대금도 전일 대비 38% 감소한 4억 4478만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신규 상장 수는 느는 추세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상장 기조를 유지해 온 업비트의 경우 올해 하반기 신규 상장(마켓추가 제외) 건수는 52건으로 상반기(34건) 대비 53% 늘었다. 특히 지난 1월 3건에 그쳤던 신규 상장 건수는 지난 9월 26건까지 급증했다.

국회·당국도 문제의식…관련 규정 담은 2단계 입법은 '지연'
이에 따라 일각에선 가상자산 상장·공시 기준을 공적 규제로 전환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거래소들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와 금융당국이 마련한 '가상자산 거래지원 모범사례'에 따라 상장과 사후 관리를 자율적으로 이행하고 있다.

실제로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의 종목 지정의 경고 효과가 미미해 이슈 종목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당국이 유의 종목 거래량과 피해 내역을 정기 점검해 필요할 경우 거래 제한이나 상장폐지를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유의 종목 지정 이후 가격이 급등락 하는 과정에서 거래량이 몰리자, 거래소가 수수료 수익을 가져가고 투자자 보호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가상자산 자율규제 체계의 한계를 절실히 느낀다"며 "2단계 입법 과정에서 거래지원 규율체계를 법적으로 명확히 반영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상장 건수와 유의 종목 지정 사례가 동시에 늘면서 당국도 이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라며 "상장을 공적 규제로 전환할 경우 기존 거래지원 모범사례를 토대로 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위원회가 올해 발의할 예정이던 가상자산 2단계 입법 정부안은 일정이 연기된 상태다. 한국은행과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1월을 목표로 정부안과는 별도로 당 차원의 입법 절차에 착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chsn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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