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사와 투자자 모두 관망 기조로 돌아선 가운데, 공사채 중심의 자금 쏠림 현상이 회사채 시장의 수급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1일 본드웹에 따르면 내년 회사채 만기 도래 규모는 78조1568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만기 물량이 1분기에 집중돼 있다. 내년 1분기 회사채 만기 도래액은 △1월 10조8508억원 △2월 11조2925억원 △3월 7조1938억원 등 총 30조원에 달한다. 올해 1분기(22조7654억원)보다 28.8% 증가한 규모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문제는 최근 회사채 시장의 발행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며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가 모두 상승하는 등 최근 금리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21일 본드웹에 따르면 지난 19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010%, 회사채(AA-) 3년물 금리는 3.523%로 집계됐다. 일본은행이 30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을 선언하면서 최근 2%로 떨어졌던 국고채 금리는 변동성이 커지며 다시 3%대로 올라섰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들은 이자 부담이 커져 차환 발행 환경이 여의치 않아진다. 최근 발행사들이 발행 시점을 앞당기기보다는 시장 안정 여부를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이유다.
실제로 기업들은 내년 초 회사채 발행에 적극 나서기보다 관망세를 이어갈 분위기다. 이미 금리 변동성이 커진 올해 하반기부터 다수의 기업들이 발행을 미루거나 취소했다.
한 증권사 DCM 담당자는 “발행 제안서를 작성 중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발행사들이 1월 말이나 2월 발행 예정으로 시기를 잡고 있다”며 “최근 금리 변동성이 상당하다 보니 발행사 쪽에서는 대체로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IB 업계에 따르면 21일 기준 내년 초 공모 회사채 발행 계획을 세운 곳은 포스코퓨처엠(AA-), 한화에어로스페이스(AA0), 한화투자증권(AA-), 삼양사(A-) 등 네 곳이다. 이외 기업들은 일단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앞선 관계자는 “연말에는 기관투자자들이 북클로징에 들어가 사실상 쓸 수 있는 자금이 없는 상태”라며 “투자자 입장에선 금리가 높아 나쁠 게 없지만, 발행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 보니 1월 초 발행을 검토하던 기업들도 관망으로 돌아서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회사채 발행 시장에선 12월 말이 돼야 발행사들이 하나둘 윤곽을 드러내고, 1월 중순 즈음이 돼야 내년 회사채 시장의 분위기가 가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통상 발행일로부터 5~7영업일 전에 수요예측이 진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빠르면 1월 초·중순에 기관투자자 탭핑을 통해 시장 분위기를 알 수 있단 것이다.
◇ 공사채 공급 확대에 회사채 수급 우려도
기관투자자 자금이 국채와 공사채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며 회사채 투자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내년 공사채 발행 규모는 올해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SK증권은 내년 공사채 발행이 SOC(도로·철도·공항·항만 등) 관련 물량과 부동산(LH·SH·GH·HF 등) 관련 발행 증가로 올해 대비 약 5조원에서 10조원가량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 내년 회사채 공급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금리 매력이 높고 안정성이 부각되는 공사채 공급이 늘어날 경우, 투자 수요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쏠리며 회사채 시장에 대한 경계 심리가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미국과 한국 모두에서 금리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면서 중앙은행의 메시지나 시그널이 시장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환경에서 공사채 발행 부담까지 겹치면서 채권 시장 전반에 공급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금리가 높은 환경일수록 크레디트 리스크를 부담해야 하는 회사채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안정성을 중시하는 투자자일수록 국채·공사채 등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며 이러한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 회사채 시장 ‘관망세’…연초효과 기대감↓
회사채 시장의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내년 연초효과가 곧바로 나타나진 않을 전망이다. 연초에는 통상 만기 도래액 증가와 기관투자자 자금 집행이 맞물리며 발행과 수요가 함께 늘어났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뚜렷하지 않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기업들의 동향을 파악해보면 연초 회사채 발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며 “1,2월 회사채 만기물량이 대거 도래하는 점을 감안하면 일정물량은 차환 발행되겠지만, 현 국채금리 레벨에서는 발행 시기를 이연하는 물량도 상당히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