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그룹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인수에 나서면서 글로벌 가상자산(디지털자산·암호화폐) 시장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찌감치 블록체인의 미래를 내다본 김정주 NXC 창업자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성장 동력을 잃은 코빗과, 신사업 개척이 필요한 미래에셋의 이해관계가 맞물렸다는 평가다.
온라인 주식 시장의 개화기에 맞물려 '미래에셋 신화'를 만들어낸 박현주 회장이 주식도 토큰화되며 급변하는 '온체인 혁명' 시대에 코빗을 새로운 성장 발판으로 삼을지 주목된다.
故 김정주 이후 동력 잃은 코빗…'신성장동력' 찾아야 하는 미래에셋
30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컨설팅은 최근 NXC와 SK플래닛이 보유한 코빗 지분 인수를 논의 중이다. 코빗은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가 60.5%, SK플래닛이 31.5%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NXC는 지난 2017년 코빗을 약 913억 원에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분 인수 거래 규모를 약 1000억~1400억 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코빗은 2013년 국내 최초 원화 기반 가상자산 거래소로 출범했지만, 업비트·빗썸·코인원 등 후발 거래소에 밀리며 존재감이 약해졌다. 전날 코인게코 기준 코빗의 국내 점유율은 0.5%에 그쳤고, 최근 7년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 중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가상자산에 친화적이던 김 창업자가 지난 2022년 사망한 이후, 코빗이 그룹 차원에서 뚜렷한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빗은 언제든 매각이 가능하다는 시선이 이어져 온 배경이기도 하다.
미래에셋이 코빗을 낙점한 배경에는 글로벌 금융 환경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증권 플랫폼을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전통 금융 중심의 사업만으로는 중장기 성장이 쉽지 않다고 판단해 가상자산과 토큰화 등 신시장 대응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2022년 테라·루나 사태와 FTX 파산 당시 1조 달러 남짓이던 글로벌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최근 약 4조 달러 수준으로 급증했다. 가상자산과 핀테크 기업들은 토큰화를 통해 주식과 실물자산까지 거래 영역을 넓히고 있다.
미국 핀테크 기업 로빈후드는 유럽에서 24시간 토큰증권 거래 서비스를 시작했고, 코인베이스 역시 가상자산을 넘어 주식 거래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JP모건과 블랙록 등 글로벌 금융사들도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해 실물연계자산(RWA)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미래에셋 역시 '온체인 금융'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디지털 자산 인프라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코빗 인수 추진 역시 이러한 전략 변화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인수 주체로 금융 계열사가 아닌 미래에셋컨설팅이 나선 점도 주목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미래에셋컨설팅은 박 회장이 지분 48.49%, 박 회장의 배우자 김미경 씨가 지분 10.15%를 차지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이 지분 대부분을 보유한 사실상 가족회사이자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 논의를 두고 그룹 차원의 투자보다, 가상자산과 토큰화 사업에 비교적 개방적인 박 회장의 의지가 직접 반영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금융·가상자산 분리(금가분리) 원칙으로 금융사의 직접 진출이 제한된 상황에서, 비금융 계열사를 통한 인수 추진 전략이기도 하다.
'네이버·두나무' 변수에 디지털자산 사업 새 돌파구로 코빗 낙점
또 최근에는 네이버와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협업을 강화하면서 디지털 자산 분야에서 미래에셋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좁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따라 자체 디지털 자산 플랫폼 확보 필요성이 커진 시점과 코빗 인수 추진이 맞물렸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은 2019년 네이버파이낸셜 설립 당시 80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30%를 확보하며 핀테크 전략을 전개해 왔지만, 네이버파이낸셜이 지난해 11월 두나무와 포괄적 주식교환을 결의하면서 지분 구조 변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만약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이 계획대로 1 대 2.54 비율로 주식을 교환하고,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 주주로 오를 경우 미래에셋의 지분율은 희석될 수 있다. 두나무의 기업가치가 네이버파이낸셜보다 높은 만큼, 신주 발행 과정에서 미래에셋의 상대적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코빗 인수 추진은 단순한 거래소 투자가 아니라, 디지털 자산 시대를 대비한 인프라 선점 전략으로 봐야 한다"며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 시장이 본격화될 경우 자체 플랫폼을 보유한 금융그룹의 경쟁력이 크게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는 인수 논의 단계로, 향후 정밀 실사와 가격 협상, 규제 당국 승인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코빗 관계자는 "주주 간에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별도의 입장문을 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chsn12@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