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로또'인데 '눈물의 포기' 속출…'영끌청약' 끝났다

재테크

이데일리,

2025년 12월 30일, 오후 07:14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분양가가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잔금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수억원의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청약 단지에 당첨되고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분양가가 합리적이라는 평가 속에 완판됐던 서울·수도권 핵심 단지들에서도 당첨 포기가 발생하고, 전매 제한 해제 이후 분양권 매물이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서울원 아이파크 야경 투시도(사진=HDC현대산업개발)
30일 부동산 업계 및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월계동 서울원 아이파크는 이달 4일 분양권 전매 제한이 해제된 이후 30건 안팎의 분양권 매물이 시장에 나와 있다. 다만 이 가운데 실제 거래로 이어진 것은 8건에 불과하다.

서울원 아이파크는 광운대역세권 개발로 조성되는 동북권 최대 규모 신축 단지로, 전용 84㎡ 기준 분양가는 13억~14억원대에 형성됐다. 동북권 신축 아파트 희소성을 감안하면 분양가 자체는 ‘적정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완판에 성공한 단지다.

다만 이 단지가 청약을 받은 시점은 올해 4월로, 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완화돼 있던 때다. 이후 6·27 대책과 10·15 대책을 거치며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주택가격과 연동돼 6억원 미만으로 제한되자 당첨자들의 자금 조달 여건은 급변했다. 분양 당시에는 시세차익 기대를 전제로 계약이 가능했던 수요자들도, 잔금 단계에서 대출이 막히면서 현금 동원력에 따라 계약 유지 여부가 갈리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이로 인해 서울원 아이파크 분양권 시장에서는 매도자들이 수천만원에서 1억원대 이상의 프리미엄을 붙여 호가를 제시하고 있지만, 자금 조달 부담 탓에 거래는 쉽사리 성사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고가 단지에서 더욱 뚜렷하다. 가장 최근 사례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더샵 분당 티에르원(느티마을 3단지 리모델링)에서는 최근 계약 포기로 무순위 청약 물량 5가구가 나왔다. 이 단지는 전용 84.73㎡ 기준으로 층·동·옵션에 따라 분양가가 14억원대에서 최고 26억원대까지 형성됐다. 인근 동일 면적 아파트가 최근 39억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최소 13억원에서 최대 25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구조다. 시세차익과 함께 미래 가치 상승 기대감에 더샵 분당 티에르원은 지난달 일반공급 1순위 청약에서 47가구 모집에 4721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100.4대 1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전용 84㎡ 기준 최고 분양가가 26억 8400만원에 달하는 등 절대적인 가격 부담과 잔금 대출 규제가 겹치며 5명의 당첨자가 계약을 잇따라 포기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이 같은 대출 규제 등 환경 변화는 청약통장 가입자 이탈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청약통장 가입자 수(19일 기준)는 2626만 4249명으로, 전월보다 4만 8744명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청약 수요가 집중된 지역 대부분이 규제지역으로 묶인 데다, 분양가 상승과 대출 규제 강화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청약 시장의 진입 장벽이 급격히 높아진 결과라고 분석한다.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예비 청약자들의 체감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시세차익이 확실하면 대출을 최대한 활용해 잔금을 치르던 시장이었지만, 앞으로는 분양가의 절대 수준과 대출 가능 여부가 당첨 포기 여부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당장의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지역이라도 대출이 막히면 계약이 어려워지면서 청약 시장이 현금부자에게 유리한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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