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대출 규제 강화·세제 예고에 ‘공급 공백’ 우려
전문가들은 내년 부동산 시장을 지배할 최대 키워드로 ‘주택 공급 부족’(11명·73.3%)을 꼽았다. 정부가 9·7 주택 공급 대책을 통해 수도권에 5년간 13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내년 공급 절벽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재건축·재개발을 중심으로 한 민간 공급이 규제와 절차 지연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단기간에 체감할 수 있는 공급 물량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이에 정부는 추가 공급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용산정비창, 서리풀 지구 재개발을 둘러싸고도 주민, 지자체와의 갈등이 반복되고 있어 공급 대책에 대한 기대 자체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 실패 원인도 이런 관점에서 찾을 수 있다. 전문가 15명 중 5명(33.3%)는 ‘공공 주도 공급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정책 실패의 원인으로 꼽았다. 공공 공급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동안 민간 정비사업과 기존 주택 거래가 위축되며 공급 공백이 오히려 확대됐다는 지적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전문가들은 이러한 공급 부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기존 주택 재고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공공 주도 공급은 속도와 물량 모두 한계가 있는 반면,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민간 정비사업은 입지 경쟁력이 검증된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서울 도심의 경우 신규 택지 확보가 제한적인 만큼 정비사업 활성화 없이는 공급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주택 공급이 위축된 상황에서 입주 물량이 감소하면 수급 불균형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규제 피로감 속에 매도자는 버티고 매수자는 관망하다가 불안 심리에 뒤늦게 유입되면서 선호지 중심의 가격 상승 현상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책 수정 1순위 세제 개편…민간 공급 늘려야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대출 규제 역시 집값 안정에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봤다. ‘고강도 대출 규제가 집값을 억제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4.3%(9명)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거래량만 줄었을 뿐 가격을 누르지는 못했고 오히려 현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집값의 하방 경직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의 모습.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에 전문가들은 남은 임기 동안 정부가 반드시 수정해야 할 정책 1순위(6명·40%)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 보유세 강화 등의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제 정책이 똘똘한 한 채 현상을 강화시켰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6.7%(13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이 내년 5월로 미뤄졌으나, 중과 재개를 둘러싼 정책 불확실성이 거래 위축과 매물 잠김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과세 부담이 1주택자의 ‘똘똘한 한 채’ 선호를 강화했고 서울 부동산 선호와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5명·33.3%)를 2순위로 꼽았다. 정부가 공공주도로 주택을 공급하기보다 정비사업을 통한 민간의 주택 공급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 대부분은 집값 안정의 해법으로 지금과 같은 수요 억제보다는 거래를 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는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도심 내 공급을 복원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세제 개편을 통해 매물 출회를 유도하는 등 시장의 유통 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규제 정책만으로는 집값을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신규 주택 공급이 단기간에 늘어나기 어려운 만큼, 양도세·보유세 등 세제 규제를 완화해 기존 주택 매물이 시장에서 순환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