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피시(Ben Fisch) 에스프레소(Espresso) 최고경영자(CEO).
블록체인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할 수 있는 레이어1 체인과, 레이어1 체인의 거래량을 뒷받침하는 레이어2 체인 프로젝트들이 쏟아지고 있다.
기술 경쟁이 치열해진 것은 긍정적인 흐름이지만, 한편에서는 체인간 파편화 문제가 점점 더 부각되고 있다. 서로 다른 블록체인상 데이터를 공유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에스프레소는 이러한 '파편화(Fragmentation)'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다. 레이어2 블록체인에서 주로 쓰이는 '롤업' 기술의 베이스 레이어 역할을 함으로써, 서로 다른 블록체인간 상호운용성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롤업이란 이더리움 같은 메인 블록체인(레이어1)의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 외부(레이어2)에서 수많은 거래를 묶어서 처리한 뒤 그 결과만을 메인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기술을 말한다. 에스프레소는 롤업을 사용하는 여러 체인을 연결하는 탈중앙화 시퀀서(거래 정렬·처리를 담당하는 네트워크)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콘셉트를 앞세워 에스프레소는 실리콘밸리 최대 벤처캐피탈(VC) 중 하나인 앤드리슨호로위츠(a16z)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지난 2024년 3월 에스프레소는 a16z가 리드한 시리즈B 투자 라운드에서 2800만달러(약 405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레이어1 체인도, 레이어2 체인도 아닌 '롤업 전용 인프라'로서 투자를 유치한 것은 에스프레소가 유일하다.
가장 큰 문제는 '파편화'…"여러 레이어2 체인 연결하겠다"
벤 피시(Ben Fisch) 에스프레소 최고경영자(CEO)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현 블록체인 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파편화'라고 했다. 그는 "수백 개의 블록체인이 이미 존재하지만,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금 상황은 지메일에서 네이버 메일로 메일을 보낼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그는 파편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창업을 선택했다. 피시 CEO는 현재 여러 블록체인 프로젝트에서 쓰이고 있는 '검증가능한 지연함수(VDF)', 파일코인의 핵심 알고리즘인 '복제증명(Proof of Replication, PoRep)' 등을 개발한 인물로, 이 같은 경험을 살려 에스프레소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이더리움은 한때 '월드 컴퓨터'를 지향했지만 확장성에 한계가 있었고, 그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레이어2 체인들이 나왔지만 또 다른 고립을 낳았다"며 "에스프레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레이어2 체인들을 위한) 공유 베이스 레이어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레이어2 블록체인들은 각각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에스프레소 레이어에 데이터를 공유하고, 거래를 확정지으며 체인간 소통을 확보할 수 있다.
레이어1 또는 레이어2 블록체인을 개발하는 대신, 이들 체인을 연결하는 인프라를 개발한 이유도 설명했다. 피시 CEO는 "연결성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싶었다"며 "이게 해결돼야만 여러 블록체인들이 하나의 생태계로 작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파편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자적인 합의알고리즘도 개발했다. 피시 CEO는 "거래 확정을 빠르게 하고 거래 처리량을 늘리기 위해 독자적으로 '핫샷(HotShot)' 합의알고리즘을 개발했다"며 "레이어2 블록체인을 위한 '베이스 레이어' 역할에 최적화된 알고리즘"이라고 말했다.
또 "새로운 합의 알고리즘을 만든다는 것은 큰 결정이었지만, 멀티체인 생태계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며 "최근 몇 년간 완전히 새로운 합의 알고리즘을 출시한 사례는 모나드(Monad), 수이(Sui) 정도에 불과하다. 에스프레소도 그 범주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낮은 인지도 극복이 목표…한국 시장 진출도 앞둬
이처럼 독자적인 기술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린 탓에 에스프레소는 a16z 포트폴리오에 속함에도 불구,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이에 올해 에스프레소는 인지도를 높여 한국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상당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음에도 인지도가 낮은 이유에 대해 피시 CEO는 "프로젝트 시작 후 초기 몇 년은 '빌딩(개발)'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같은 인프라 프로젝트는 소비자를 모아야 하는 '앱'과는 다르다. 수백만 명의 사용자를 직접 모으는 게 아니라, 다른 프로젝트들이 의존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드는 게 목표다"라며 "다섯 차례의 테스트넷 개발을 거쳐 2024년 11월 메인넷을 출시했고, 기술이 검증된 지금이 새로운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에스프레소에선 셀로, 에이프체인 등 롤업 기술을 사용하는 20개 이상 블록체인이 연동을 준비 중이다.
한국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피시 CEO는 "한국은 게임과 모바일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니고 있고 블록체인 개발자 커뮤니티도 매우 활발하다"면서 "최근 한국 앰배서더를 채용했고, 서울에서 밋업도 준비 중이다. 단순히 마케팅용으로 한국에 진출하려는 것이 아니라, 한국 개발자들이 멀티체인 미래의 핵심 주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yun1@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