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과 이란을 보여주는 지도 앞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3D 프린트 미니어처가 놓여 있다. (사진=로이터)
유가 반등의 직접적인 계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압박 선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들의 상품에 25% 관세를 즉각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관세의 구체적인 적용 범위나 시행 세부사항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란의 총수출 약 90%를 구매하는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 중국이 일차적인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인도와 터키 등도 영향권에 들 수 있다.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 추이 (단위: 배럴당 달러, 자료: 런던 ICE 선물거래소)
더 큰 불안 요인은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란이 통제하는 이 해협은 하루 20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는 세계 석유 액체류 소비의 20%를 담당하는 요충지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아라비아해를 연결하는 이 해상 통로가 차질을 빚을 경우 세계 원유 시장에 충격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지난해 6월에도 이란 의회가 해협 폐쇄를 승인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시장이 요동친 바 있다.
트레이더들은 가격 급등에 대비해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이날 브렌트 콜옵션 거래량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벨란데라에너지파트너스의 매니시 라지 전무는 “주말 시위와 잔혹한 진압이 새로운 원유 공급 우려를 촉발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공격은 테헤란이 에이스 카드인 호르무즈 해협 방해를 꺼낼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제 정책 집행 여부에 따라 유가 향방이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싱가포르 색소마켓의 차루 차나나 최고투자전략가는 “이란 관세 위협의 즉각적인 영향은 원유 가격에 지정학적 프리미엄이 붙는 것”이라면서도 “지속적인 방향은 이 발언이 집행 가능한 정책으로 굳어지는지, 측정 가능한 공급 차질이나 수요 성장을 저해하는 광범위한 무역 보복을 촉발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의 알렉스 피어스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이란 당국이 상황을 통제했다고 주장했지만 시장 심리는 여전히 신중하다”며 “단기적 고조만으로도 걸프를 통한 흐름을 방해하거나 선적 보험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 수송량 추이 (단위: 하루 평균 백만 배럴, 자료: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2025년은 1분기 기준
*2025년은 1분기 기준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봉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오일프라이스인포메이션서비스(OPIS)의 덴튼 신케그라나 수석 애널리스트는 “해협을 통한 원유 흐름이 완전히 중단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1980년대 유조선 전쟁 때도 해군 공격은 있었지만 폐쇄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당시 부분적인 압박만으로도 선박 소유주들이 화물을 거부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다른 지역의 공급 차질도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공급은 악천후, 정비 작업, 우크라이나 드론의 러시아 인프라 공격 등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