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애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방자치 30년, 공간 민주주의’ 주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김은경 기자)
헌법이 지향하는 국민의 존엄과 행복이라는 가치가 현재의 공간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함 평론가는 “공간은 단지 물리적·경제적 실체가 아니라 시민의 존엄과 행복, 삶의 온전성을 담아내는 헌법적 이념의 경험적 영역”이라며 “누가 공간을 소유하는가에서 그 공간이 어떤 삶을 가능하게 하는가에 대한 책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 시대 공간 정책을 돌아보는 발제에서는 중앙정부 주도의 공간 결정 구조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우리는 공간 민주주의 경험보다 공간 독재 경험이 훨씬 많다”며 “구로공단, 강남 개발 등은 중앙정부 주도의 비민주적 공간 역사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그는 “구로공단에서는 집이나 기숙사도 마련되지 않은 채 비참한 생활을 감내해야 했던 노동자들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최 소장은 최근 논의되는 ‘5극 3특(5대 메가시티·3대 특별자치도)’ 구상에 대해서도 “중앙정부나 대통령 대선 공약 중심의 톱다운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공간 결정 과정에서 시민의 의사가 제도적으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처럼 시민들이 반대해도 최고 권력자가 결정할 수 있는 체제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진애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방자치 30년, 공간 민주주의’ 주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국토교통부)
건축학적 관점에서의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김성홍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우리 도시는 안전을 제외하면 다양성, 포용성,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뒤처져 있다”며 “대규모 아파트 단지 입구는 물리적으로는 열려 있지만 과시적 디자인으로 포장된 배타적 공동체 의식이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개발 중심 도시정책이 공동체를 해체해 왔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장호 문화연대 정책위원장은 “낙후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명분 아래 도시 조직을 불도저로 밀어버리며 공동체 파괴를 구조화해 왔다”며 “도시를 부동산 투자의 객체로 바라본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도시 정책의 목표는 개발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삶의 질과 민주적 관계의 회복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공간 부족 문제를 짚는 발언도 이어졌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서울시는 공급 부족을 이유로 공공 부지마저 아파트 건설에 투입하고 있다”며 “산과 강 같은 공공 공간이 경제적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전유물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공서부터 주민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바뀌어야 공간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