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매물정보란이 비어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25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 공인중개사무소들은 차분한 분위기였다. 절반 가량은 문을 닫고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문을 열고 있었다. 공인중개사들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 소식 이우헤 큰 변화는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공인중개사 A씨는 “래미안 원베일리나 아크로리버파크 등 초고가 매물 말고 20억~30억대 서초구 매물을 내놓겠다는 분들은 몇 분 계셨다. 급매를 찾는 수요자들도 연락이 왔다”면서도 “그러나 그 몇분 뿐이고, 부동산 규제 이후 거래 자체가 워낙 줄었고 문의 자체도 크게 많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노무현 정부 때 처음 도입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는 2021년 문재인 정부 시기 강화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취지로 시행을 앞두고 2022년 5월부터 4년째 유예되고 있었다. 올해 역시 유예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이 대통령이 연장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오는 5월 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양도세 중과가 부활하면 다주택자는 세 부담이 크게 증가한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이 규제지역(조정대상 지역· 투기과열지구)으로 묶였기 때문이다.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되면. 양도세는 기본세율에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 이상 소유자는 30%포인트가 추가된다. 게다가 지방세 10%까지 붙는다면 3주택자에 적용되는 실효세율은 최고 82.5%에 달한다.
예컨대 15억원을 시세차익이 났다면 현재 약 6억 7000만원을 양도세로 내야 하지만 5월 9일 이후엔 11억 6500만원 가량을 내야 한다.
정부는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주택자들이 다수의 매물을 내놓아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에서는 급매가 일부 나오긴 하겠지만 시장에 큰 영향이 있을 정도의 규모는 아닐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 및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전세를 낀 ‘갭투자’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수요자들 역시 대출 규제로 매물을 구매할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 소장은 “현재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되며 (전세를 끼고 있는) 매물을 팔 수가 없다”며 “실제로 현재 서울 지역 매물을 보면 5만 5000건 수준에서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 역시 “지금 100일 정도 남은 상황에서 (전세를 안 끼고) 팔 수 있는 사람들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대출 규제로 매수자들도 쉽게 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실거주 의무로 살 수 있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미 지난해 6월 말부터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되면서 ‘똘똘한 한 채’ 현상이 강화, 다주택자 비중은 감소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 다소유 지수는 16.38으로 2023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4년 12월(16.5)과 2023년 12월(16.44)보다 떨어진 수준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문제는 오는 5월 9일 이후에 ‘주택 절벽’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정부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며 “재연장하는 법개정을 또 하겠지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라고 버티기를 경고했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다주택자들이 막대한 세금을 내고 집을 팔기보다 장기 보유나 증여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양도세 중과 유예가 끝나면 세 부담이 급증하기 때문에 기존 주택을 팔기보다는 증여하거나 보유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며 “특히 가격 상승 기대감이 남아 있는 경우 매물 잠김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이 바닥 수준에 이르는 상황에서 다주택자들의 ‘매물 잠김’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만 9161가구로 지난해(4만 2611가구) 대비 31.6% 급감했다. 전월세 가격 역시 빠르게 상승하며 더욱 시세가 폭등할 우려도 있다.
심 소장은 “신축 매물도 없고 다주택자 매물도 다 잠기면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대한 지원도 없는 상황에서 집값을 잡기는 요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과도한 양도세 부담을 감수하고 매도할 사람은 많지 않기에 중과는 매물 잠김을 각오해야 하는 선택”이라며 “중저가 주택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매물이 늘지 않는다면 가격은 떨어지기보다 오히려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