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부동산 ‘거품’ 경고 속 규제 신호에…전문가들 “과열 수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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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1월 27일, 오후 05:37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국무회의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시점을 올해 5월 9일로 못 박고 부동산 거품을 경계하며 규제 강화를 시사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시점을 과열 국면으로 전제한 규제 강화는 신중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보유세 강화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대통령의 발언이 시장에서는 정책 안정성보다는 추가 규제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는 예정대로 끝난다”며 “정책을 쉽게 바꾸면 시장에 잘못된 기대를 준다”고 말했다. 이어 “비생산적인 부동산의 과도한 팽창은 거품을 키우고 성장 잠재력을 훼손한다”며 정책의 일관성과 거품 통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동시에 “시장이 원하는 적극적인 대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사진=김은경 기자)
◇“토허구역 지정 전에도 가격 조정 나타나”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 상황을 ‘과열’로 단정한 정책 대응에 우려를 표한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부동산 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최근 집값 흐름을 근거로 강한 규제를 재가동할 만큼 시장이 과열됐다고 보긴 어렵다”며 “과거 경험상 규제는 가격을 잡기보다 거래를 막고 시장 왜곡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10·15 대책에 따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전부터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거나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실거래가 지수를 근거로 “서울 평균 가격은 올랐지만 이를 수도권 전반의 급등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강남·한강벨트 중심으로 상승이 나타난 반면, ‘노도강·금관구’(노원·도봉·강북·금천·관악·구로) 등 일부 지역은 고점 대비 회복조차 이뤄지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다. 그는 “국지적 상승과 구조적 양극화를 구분하지 않고 과열로 단정할 경우 정책 처방이 과도해질 수 있다”며 “시장이 자정할 수 있는 국면을 정책이 오히려 과도한 변동성으로 만들었을 가능성도 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먼저 거래 규제의 부작용을 짚었다. 그는 “양도세 중과가 시행될 때마다 거래량은 급감했고 매물이 잠기면서 가격 조정 기능이 약화했다”며 “이 현상은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노무현 정부 때부터 반복됐다”고 말했다. 거래가 줄어들면 가격이 내려가기보다 수요가 특정 주택으로 쏠리는 왜곡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양도세 중과는 주택 소비 구조를 바꾸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소형 주택 여러 채를 보유하는 것보다 대형·고가 주택 한 채를 보유하는 게 세 부담 측면에서 유리해지면서 ‘똘똘한 한 채’ 선호가 구조화했다”며 “필요 이상의 고가 주택 소비를 유도하는 과소비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규제가 투기를 억제하기보다 수요를 왜곡해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주장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도 “양도세 중과는 매물 잠김을 만드는 가장 직접적인 정책”이라며 “보유세를 강하게 때려서 결국 팔게 만들겠다는 신호로 시장이 받아들이면 단기적으로는 급매가 나오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매물이 잠기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에 묶인 전세 낀 주택은 팔기도, 이사도 어려워 시장 경직성을 더 키운다”고 부연했다.

◇“종부세 강화 시 ‘임차인 가격 전가’ 우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이 교수는 “보유세 부담은 소유자에게만 귀착되지 않고 결국 임차인에게 전가된다”며 “과거 종부세 강화 국면에서 월세 급등이 동반됐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금으로 가격을 누를 수는 있어도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에 대한 고려가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규제 강도를 다시 높일 경우 시장이 위축과 왜곡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시장 불안을 잠재우려면 규제보다 공급 신호를 시장에 강력하게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급 지역과 규모, 일정과 절차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신뢰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조만간 추가 공급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9·7 대책을 통해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135만 가구 착공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최준녕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 사무관은 “135만 가구는 임의적 목표가 아니라 착공 기준으로 실행 가능한 물량을 산출한 것”이라며 “공급 절차를 단축해 시장 불안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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