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금값이 폭등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금광 개발 붐이 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그동안 수익성이 없다며 외면받았던 세계 각지의 금광에 투자자금이 몰려들고 있다며 폐광 재가동, 확장 투자, 신규 프로젝트 착수 등으로 글로벌 금광업계가 ‘황금기’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때 세계 금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했던 남아공은 20세기 내내 세계 금 산업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2007년 이후 광산 노후화, 인건비 급등, 노동 분쟁 등으로 투자금을 끌어모으는 데 실패했고 현재는 생산량 기준 12위까지 추락한 상태다. WSJ은 “남아공 금광은 지하 심도 3~4㎞의 고비용 채굴 구조로 악명이 높다”며 “강력한 노조의 영향으로 인건비가 치솟으며 온스당 생산비용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값 랠리가 모든 것을 바꿨다. 2023년 말 온스당 2000달러, 2024년 말 2600달러 수준이었던 국제 금값은 전날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5000달러를 돌파했다. 지정학적 위기 고조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확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와 달러화 약세, 각국 중앙은행의 매입 확대 등이 맞물려 최근 2년 동안 금값은 두 배 이상 폭등했다.
작년에만 53차례 최고가를 갈아치우면서 칼라 셸로우즈 광산에 1억 달러(약 1448억원) 투자금이 유입됐고 개발사인 웨스트 위츠 마이닝은 지난해 10월 첫 금 생산에 성공했다. 회사는 이 광산에서 현 시세 기준 약 45억 달러(약 6조 5160억원) 상당의 금을 채굴할 것으로 예상한다. 생산량은 올해 6000온스에서 2029년까지 연간 7만 온스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웨스트 위츠 마이닝이 칼라 셸로우즈 프로젝트를 지속 가능한 생산 단계로 끌어올리기 위해 최근 2750만 달러(약 400억원) 규모 주식 발행을 통해 추가 자금을 조달하는 데에도 일조했다.
웨스트 위츠 마이닝의 루디 데이셀 최고경영자(CEO)는 “2021년에도 개발을 시도했지만 투자자가 남아공이라는 이유만으로 대화를 거부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급격한 투자 확대로 숙련 인력 확보가 어려워지고 채굴 장비 주문 대기 기간도 길어졌다”고 공급망 병목을 우려했다.
칼라 셸로우즈 광산 재가동에 자극을 받은 남아공 최대 금 생산업체 하모니 골드 역시 ‘음포넹’ 광산을 확장해 예상 수명을 20년 이상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2위 생산업체인 시바니-스틸워터 또한 ‘번스톤’ 광산 재가동을 검토하고 있다. 올드뮤추얼의 이작 오덴달 투자전략가는 “남아공 금광 산업은 오랫동안 역풍을 맞았지만 금값 상승 덕분에 드디어 다시 숨통이 트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칼라 셸로우즈’ 광산 (사진=웨스트 위츠 마이닝 홈페이지)
남아공에서 시작한 ‘골드 러시’는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세계 최대 금광업체 뉴몬트는 지난해 10월 가나의 ‘아하포 노스’ 광산에서 상업 생산을 시작했고 2위 업체인 배릭 골드 역시 올해 미국 네바다주 ‘포마일’ 광산 지하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금 탐사 예산은 전년 대비 11% 증가한 61억 5000만 달러(약 8조 9000억원)에 달했다.
금값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은 더 많은 투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금값이 작년보다 30% 상승한 온스당 54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선 온스당 7000달러도 넘을 수 있다는 낙관적 예측도 나온다. 금값 상승의 이면에는 불법 채굴 기승 등 어두운 현실도 여전하다. 지난해 1월 남아공 ‘스틸폰테인’ 폐광에선 불법 채굴자 246명이 수개월간 갇혀 있다가 구조됐다. 당시 87구의 시신도 함께 발견됐다.
남아프리카에는 현재 6000개 이상의 폐광이 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채굴자는 약 3만명으로 이들은 200여개 범죄조직과 연계해 활동 중이다. 불법 유통되는 금은 연간 210억 랜드(남아공 화폐 단위, 약 1조 9000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