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집값 잡으려면 속도가 관건인데…용산·태릉 2~4년 후 착공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1월 29일, 오후 09:41

[이데일리 김은경 최정희 이다원 기자] 정부가 ‘1·29 도심 공급대책’을 통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총 6만가구를 신규 공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수도권 주택 공급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번 공급대책의 핵심인 용산국제업지구의 착공이 2028년, 태릉CC는 2030년 등 대부분 2~4년 뒤 착공 추진으로 계획돼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판교신도시 2개 규모…과천 경마장 이전 추진

정부가 29일 발표한 ‘1.29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은 용산국제업무지구와 태릉CC, 과천 경마장 등 수도권 도심 유휴부지 47곳을 활용해 총 6만가구를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 물량을 제외하고 서울에 3만 2000가구, 경기에 2만 8000가구를 공급한다. 면적 기준으로는 판교신도시 두 곳을 합친 규모다. 특히 청년과 신혼부부를 주요 공급 대상으로 삼아 직주근접형 주거 공간을 확충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과천 주암동에 임대 등 공공주택 9800가구를 공급한다. 과천 경마장을 경기도 내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국군방첩사령부도 함께 이전, 143만㎡ 부지를 확보해 2030년 주택을 착공한다. 이곳에 과천 지식정보타운과 양재 인공지능(AI) 특구를 연결하는 첨단벨트를 조성해 일자리를 투입하는 등 직주근접 기업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과천 주암동을 공공주택 공급지로 공식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또 수도권 내 공기업을 지방으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주택을 공급한다. 서울 은평구 내 한국행정연구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등 4개 기관을 이전하고 1300가구를 공급한다. 동대문구 국방연구원과 한국경제발전전시관도 이전, 1500가구를 착공한다. 성남 금토2지구와 여수2지구는 신규 공공택지로 지정돼 6300가구가 2030년 착공된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몇 년간 수도권 주택 공급이 매우 부진했던 만큼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이번 대책은 말 그대로 ‘영끌’해서 준비했다”며 “올해 11만가구 착공을 추진하는 등 공급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실제 최근 주택 공급 지표는 크게 악화했다. 2022~2024년 3년간 주택 착공 실적은 연평균 15만 8000가구로 최근 10년 평균(25만 8000가구)의 60.8% 수준에 그쳤다. 이에 정부는 주택공급촉진 관계장관회의를 구성하고 국토부 내에 주택공급추진본부를 신설했다. 이번 대책은 그 이후 처음으로 나온 종합 공급 방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의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기존 도로와 지하철 등 기반시설이 이미 구축된 지역을 활용하는 방식이어서 추가적인 인프라 투자 부담이 크지 않다”며 “사업 효율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는 공급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총 공급계획.(사진=국토교통부)
◇실제 착공 관건…물량 135만→140만가구로

다만 이번에 제시된 부지 가운데 상당수가 과거 공급 계획이 검토됐던 곳이라는 점에서 실제 사업이 원활하게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 당시 8·4 대책에서도 용산국제업무지구와 태릉CC 등 도심 유휴부지 공급이 추진됐지만 주민 반발과 지자체 이견 등으로 착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특히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둘러싸고는 정부와 서울시 간 협의가 남아 있다. 국토부는 용적률 상향과 사업계획 조정을 통해 최대 1만가구 공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는 기반시설 부담 등을 이유로 8000가구 수준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자체와의 조율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처럼 사업 추진 과정에서 변수와 갈등 요소가 적지 않은 만큼, 시장에서는 공급 규모보다 실제 공급이 언제 가능한지에 더 주목하고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발표한 내용 대부분 2027~2028년 착공으로 계획돼 있어 향후 2~3년간 입주 물량 공백을 해소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용산정비창과 태릉CC의 경우 이번에도 실행 가능성이 가장 큰 관건”이라고 말했다.

임대주택과 특별공급 비중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반 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는 분양 물량은 제한적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용산국제업무지구와 같은 핵심 입지는 토지가격과 공사비 부담으로 분양가가 높아질 수 있어 실수요자 가격 접근성 문제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김 장관은 “임대와 분양 물량을 아직 정확히 구분해 정해놓지는 않은 상태여서 임대가 많고 분양이 적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며 “상반기 중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해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다양한 주거 방식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국 국토부 주택공급추진본부장은 “이번에 발표한 6만 가구 공급은 시장 안정화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 가운데 4만 여가구는 순증 물량으로 이를 반영하면 2030년까지 착공 가능한 수도권 주택 공급 규모는 기존 135만가구에서 약 140만가구로 확대된다”고 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시작으로 도심 내 신규 부지 발굴과 제도 개선 방안을 순차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오는 2월에는 도심 내 신규 부지와 제도 개선 방안을 추가로 발표하고 상반기 중 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김 장관은 “협의가 진전되고 대안이 마련되는 부지는 정리되는 대로 추가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