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반발에…6만가구 공급 첫 단추부터 흔들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1월 30일, 오후 05:46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정부가 서울 용산·노원구, 경기 과천시 등 수도권 핵심 부지에 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사전 협의 없는 일방 통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 인허가권을 쥔 지자체와 중앙정부 간 충돌이 이어질 경우 사업 속도가 나지 않으면서 공급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용산 국제 업무지구 조감도(사진=용산구 제공)
30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전날 발표된 ‘1·29 도심 공급 확대방안’을 둘러싸고 추가 주택 공급에 반대하거나 재검토를 요구하는 입장이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용산 국제업무지구 1만 가구 △노원구 태릉골프장(CC) 6800가구 △과천시 경마장·방첩사 부지 9800가구 등 총 5만 9700가구를 주요 지역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1.29대책을 통해 지자체와 협의를 마친 곳부터 발표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지자체들은 공급 확대 자체보다 협의 절차와 도시 수용 능력을 문제 삼고 있다.

지자체들은 공급 확대 자체보다 협의 절차와 도시 수용 능력을 문제 삼고 있다. 서울시는 대책 발표 3시간 뒤 브리핑을 열고 “최소한의 전제조건이 배제된 반쪽짜리 대책”이라며 “서울시는 정부의 공급 확대 필요성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협조해왔으나, 오늘 대책은 현장의 목소리와 서울시의 제안이 철저히 외면당했다”고 정면으로 대책을 반대했다. 박희영 서울시 용산구청장도 “자치구와 주민 협의 없는 일방적 물량 확대는 수용할 수 없다”며 “주택 수만 늘리는 방식은 갈등만 키운다”고 했다.

특히 용산 국제업무지구 주택 공급 물량을 두고 서울시와 국토부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서울시는 용산을 업무·상업·전시복합산업(MICE) 기능을 갖춘 국제업무지구로 조성할 방침으로, 연 면적 대비 주거 비율을 4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존 계획인 6000가구를 적용하면 주거 비율은 약 30% 수준이며, 8000가구까지는 40% 이내 관리가 가능하다고 본다. 반면 1만 가구를 공급할 경우 국제업무지구로서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서울시는 판단한다.

서울시는 주택 물량이 1만 가구로 확대될 경우 교통·환경 등 각종 영향 평가를 다시 받아야 해 인허가 절차가 처음부터 재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사업 추진이 최소 2년 이상 지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기 과천시도 경마장·방첩사령부 부지에 9800가구 규모 주택을 공급하는 데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미 지식정보타운과 과천과천지구·주암지구·갈현지구 등 4곳의 공공택지에서 2만 5000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1만 가구에 달하는 주택을 더 짓는다면 도시 기반시설이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신계용 과천시장은 “추가 주택 공급은 시민 의견과 맞지 않는다”고 했다.

경마장 이전을 놓고도 갈등이 예상된다. 한국마사회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당사자인 공공기관과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자행된 불통 행정의 전형”이라며 과천 경마공원 부지 개발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2만 4000명에 달하는 종사자와 경마장 인근 상권 생태계가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노원구 태릉골프장(CC) 개발도 변수다. 노원구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2020년 당시와 마찬가지로 단순한 주택 공급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구민 동의와 지역 특성을 반영한 종합적인 개발 대책이 마련돼야 사업 재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개발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지하철 6호선 연장과 도로망 확충 등 교통 인프라 개선과 노원구민 우선 배정 등 지역 환원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공급 속도전에 나설수록 현장에서는 인허가와 주민 수용성이라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힐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인허가권을 지자체가 쥔 구조에서 협의가 원활하지 않으면 계획 자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도심 핵심지에 대규모 물량을 집중하는 만큼 지자체와의 협의와 도시 기반 수용 능력을 충분히 고려한 현실적인 개발 계획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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