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놀음’에 갇힌 공급 대책 ‘거래 숨통’부터 틔워야[손바닥부동산]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1월 31일, 오전 09:54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부동산 정책에서 가장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는 지점은 수도권 핵심 입지의 유휴부지 공급 계획을 발표하는 것만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갖고 올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1.29주택공급대책을 발표하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모습(사진=연합뉴스)
공급 대책이라는 이름 아래 발표된 숫자가 곧 주택 시장의 안정을 가져올 실물 주택으로 이어져 시장의 안정을 견인할 것이라 믿지만, 실제 시장의 메커니즘은 그렇지 않다. 이번 1.29 공급 대책은 시장의 원리를 무시한 채 숫자만 부풀린 실체 없는 선언에 불과하다. 주택 시장이 안정을 찾지 못하는 진짜 원인은 신규 부지 부족이 아니라, 정책의 신뢰도 결여와 시장에 유통 물량을 가로막는 규제의 덫에 있기 때문이다.

먼저 정부가 제시한 6만호 중 서울 3.2만 호라는 숫자만 보면 대단한 물량처럼 보이지만, 이는 2025년 한 해 동안 전월세 시장에서 체결된 거래량과 비교하면 시장의 압도적인 이동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이다. 서울시의 2025년 거래 데이터를 보면, 연간 전월세 거래량은 합계 약 63만 8천여건에 달한다. 특히 월세 거래는 2016년 17만 건 수준에서 10년 만에 38만 건으로 두 배 이상 폭증했다. 이 거대한 주거 이동 수요 속에서 매년 수십만 가구가 이동해야 하는데, 서울 도심에 고작 3.2만 호를, 그것도 수년 뒤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은 어떠한 실효성을 갖을 수 없다.

서울시 전월세 10년 거래 추이 (그래픽=도시와경제)
더욱 심각한 오판은 정부가 공언한 착공 시점의 불확실성을 시장이 모를 것이라 생각하는 점이다. 정부는 용산국제업무지구(1만 호), 태릉CC(6,800호), 과천 경마장 일대(9,800호) 등 핵심 입지의 착공을 2027~2030년 사이로 예고했다. 그러나 이는 지자체와의 갈등과 행정적 리스크를 배제한 희망사항일 뿐이다. 당장 용산의 경우, 정부는 1만 호를 고수하지만 서울시는 학교 문제와 업무지구 기능을 이유로 6,000~8,000호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맞서고 있다. 이미 사업시행인가까지 마친 사업을 정부가 독단적으로 변경하려 든다면, 전체 절차를 다시 밟는 데만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추가로 소요된다. 핵심 입지의 첫 삽은 기약 없는 미지수가 되었고, 시장은 정부의 일정표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태릉CC와 과천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해제되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의 가치에 비해 정작 실제 주택 공급을 통한 시장 안정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회의론이 시장 지배적이다. 과천 경마장 부지 또한 여러 부처 간의 복잡한 조율 과정에서 사업이 장기 표류할 리스크가 다분하다. 정부는 신기루 같은 미래 물량에만 매몰되어, 이 불협화음이 시장의 대기 수요자들을 얼마나 지치게 하는지 간과하고 있다. 당장 살 집이 필요한 수요자들은 신규 공급이라는 기대감 속에 발이 묶인 채, 결국 기존 주택 시장의 매물 잠김 현상에 가로막혀 기약 없는 대기수요로 머물러 있다.

주택 정책의 기조에서 가장 시급하게 전환되어야 할 지점은 유통 물량의 정상화다.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신규 건설만큼 중요한게 재고 주택 시장에서 매물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 본질이다. 이를 위해서는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같은 거래세를 획기적으로 낮춰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투기 방지라는 명목하에 규제의 끈을 놓지 않고 있으며, 이번 대책 외에도 양도세 중과 유예 폐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 검토 등으로 시장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높은 거래세 장벽은 다주택자의 매도를 막고 갈아타기 수요를 고립시켜 매물 잠김 현상을 고착화하고 거래 절벽을 심화시킨다. 거래가 멈춘 시장에서 아무리 신규 부지를 발굴한들, 그것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규제가 겹겹이 쌓인 사이 수급의 선순환 구조는 완전히 붕괴되었고, 적은 거래에도 가격이 요동치는 불안정한 시장 구조만 고착화되었다.

시장에 유통 물량을 늘리는 것은 선택이 아닌 실현되어야 하는 필수 정책이다. 정부는 미래의 6만 호가 아니라, 당장 오늘 시장에 나올 수 있는 6만 건의 거래를 고민해야 한다. 거래세 인하를 통해 매물 잠김을 풀고, 지자체와의 실질적인 협의를 통해 사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진정한 주택 시장 안정의 길이다. 정부가 공급 숫자라는 허상에서 벗어나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라는 본질로 회귀해야 한다.

1·29 부동산 공급 대책은 주택 시장의 본질적인 수급 불균형을 외면한 임시 처방일 뿐이다. 부동산 정책은 규제 중심에서 벗어나, 시장의 자율적 조절 기능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매물 잠김을 풀고 시장의 수급 조절 기능을 복원하지 않는다면,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는 풀리지 않는 숙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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