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기대감이 사그라지고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투자자들이 발행사별 신용도와 재무 상태를 보다 까다롭게 살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당분간 연초효과는 약해지고, 투자대상 선별과 발행 조건의 차별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한달 간 회사채시장에서는 총 35곳의 발행사가 6조4600억원을 모집했다. 주문금액은 37조2800억원으로 모집액 대비 5.8배가 몰렸다.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발행사와 모집액은 각각 2곳, 9090억원 늘었지만 주문금액은 3조5220억원 감소했다.
이처럼 회사채 수요예측 경쟁률이 낮아지면서 발행사가 금리를 낮게 책정할 수 있는 여력, 즉 ‘언더 발행’ 폭도 자연스럽게 제한되는 모습이다. 실제 평균 경쟁률은 지난해 1월 7.4배에서 올해 5.8배로 하락했다.
수급 여건 악화는 가산금리(스프레드)에서도 확인된다. 일종의 기준금리 격인 민평금리(민간채권평가사가 평가한 금리 평균) 대비 어느 정도 수준에서 발행했는지를 알려주는 가중평균 스프레드는 올해 1월 -3.7bp(1bp=0.01%)로 전년 동기 -6.3bp 대비 상승했다. 즉 지난해 1월보다 조달비용이 1.7배 상승한 셈이다. 기관투자자의 자금 집행이 재개돼 유동성이 풍부해지는 ‘연초 효과’를 감안했을 때 올해 초 회사채 시장의 수급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집계에서는 개별 발행 건의 단순 평균이 아닌, 발행 규모를 반영한 가중평균 스프레드를 적용했다. 회사채 시장은 발행 금액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만큼, 대규모 발행에 적용된 금리의 비중을 높여 시장 전체의 실질적인 자금 조달 환경을 보다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서다.
이 영향으로 기준금리 대비 -10bp를 웃도는 두자릿수 언더 발행 사례도 크게 줄었다. 올해 1월 해당 기준을 충족한 발행사는 35곳 중 11곳(31.4%)에 그쳐 지난해 1월 33곳 중 17곳(51.5%) 대비 발행사 수와 비중이 모두 축소됐다.
올해 언더발행에 성공한 발행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투자증권 △이마트 △한진 △한국항공우주산업 △LG유플러스 △팜한농 △현대건설 △ 신세계푸드 △LX하우시스 △SK디스커버리 등이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연초효과가 뚜렷해 1월마다 금리가 하락하고 발행 물량이 늘어나는 패턴이 반복됐다”며 “월 초·중반까지만 해도 연초효과가 일부 나타나며 발행 흐름이 비교적 강했지만, 월 후반으로 갈수록 시장이 약세로 전환되면서 분위기가 빠르게 식었다”고 설명했다.
한 운용사 채권담당도 “대부분의 언더 발행도 한 자릿수 bp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데 이는 수요가 강하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적극적인 매수가 나오기에는 아직 여건이 충분히 성숙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 주식 쏠림 심화에 금리 상승까지 ‘이중고’
시장에서는 회사채 발행 여건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기대수익률이 높은 투자 상품으로의 머니 무브를 꼽고 있다. 주식 등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수요 대비 공급 부담이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하나증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수시입출식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 대비 약 33조원 감소했고 같은 기간 정기예금도 약 7조원 줄었다. 수시입출식예금 특성상 단기 변동으로 볼 여지도 있지만, 기대수익률이 높은 투자 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회사채 시장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자금 이탈이 채권형 자산이 아닌 고수익 자산 중심으로 나타나면서 회사채 수급 여건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재 채권 투자 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돼 시장 내 돈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런 와중에 자금이 주식시장 등으로 빠져나가면서 수요는 줄어드는데 공급은 오히려 늘어나는 국면이라 수급 여건이 전반적으로 불리하다”고 말했다.
국고채 금리 상승 역시 회사채 발행 여건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고채 금리는 회사채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무위험 금리인 만큼, 국고채 금리가 오를 경우 동일한 가산금리를 적용하더라도 회사채의 절대 금리 수준이 함께 상승하게 된다. 이로 인해 발행사는 이전보다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고, 언더 발행 여력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난 3일 오전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는 전 구간에 걸쳐 일제히 상승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3.8bp 오른 연 3.19%를 기록했다. 10년물은 6.5bp 상승한 연 3.668%에 거래됐다. 2년물과 5년물 금리도 각각 4.6bp, 4.9bp 올라 연 2.991%, 연 3.497%를 나타냈다.
윤 부서장은 “금리 레벨이 단기간에 약 20bp 이상 상승하면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연초 자금이 유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운용을 보수적으로 가져가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여기에 레포펀드 환매 이슈가 겹치면서 채권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가 약해졌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