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국토 인프라 혁신포럼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국토 인프라 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사진=김은경 기자)
진경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설정책연구본부 본부장은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이전 논란을 사례로 들며 국가 차원의 인프라 조정 체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정치권 이슈로 불거진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이전론의 핵심은 ‘전력망 구축’이다. 수도권 외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을 반도체 산단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설치되는 송전선로와 송전탑을 둘러싼 갈등이 이전론으로 확산했다.
진 본부장은 용인 사례가 단발성 이슈가 아니라는 점을 짚었다. 그는 “무분별한 인프라 확보 경쟁과 수요 예측의 한계로 지방공항, 경전철 등에서 적자가 반복되고 있다”며 “지역적·정치적 요구에 의해 인프라가 건설되다 보니 비효율이 누적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노후 인프라 문제도 주요 배경으로 제시됐다. 그는 “1970~1980년대 집중적으로 건설된 시설물들이 동시에 노후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지만, 막대한 유지·보수 비용을 어떤 기준으로 투입할지에 대한 국가 차원의 판단 체계가 부족하다”고 했다.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의 지역 격차가 지방소멸을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진 본부장은 “계획은 많지만 대부분 개별 시설물 중심으로 수립돼 있고 사실상 기획재정부의 예산 조정만이 유일한 통합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 본부장은 해외 사례를 들어 인프라 거버넌스의 방향성을 설명했다. 호주와 영국, 미국은 국가 차원의 인프라 평가와 중장기 전략 수립을 통해 투자 우선순위를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토목학회(ASCE)가 주기적으로 발간하는 인프라 리포트카드는 인프라 상태를 점검하고 투자 필요성을 환기하는 역할을 해 왔다.
그는 “국내에서도 국가 인프라 현황에 대한 주기적이고 전문적인 조사와 평가 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범부처 인프라 정책을 조정할 컨트롤타워로서 대통령 직속 ‘국가인프라 정책위원회’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기본법 제정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김진수 국회 입법조사관은 기본법과 특별법 간 정합성 문제를 짚으며 “교통·물류, 수자원, 환경, 첨단산업 등 적용 범위가 넓은 만큼 현실적으로 시행 가능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토 전반에 대한 계획 규정이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국토 인프라 기본법이 어떤 차별성을 가질지 고민해야 한다”며 “국가인프라 정책위원회 역시 기존 위원회와의 기능 중복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인프라 관리 수준 자체는 선진국”이라며 “현행 법체계 내에서 유지·보수 관리 방식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동완 글로벌앤로컬브레인파크 대표는 “국토 인프라 정책의 핵심은 정치적 입김을 어떻게 잠재우고 국가 전략에 따라 재원을 배분하느냐”라며 “기본법을 만들 때 법률 간 충돌을 최소화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 주도 성장과 행정 통합이 빠르게 추진되는 상황에서 인프라 정책이 특정 거점으로의 집중을 강화할 가능성도 점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과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토 인프라 기본법을 공동 발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달 중 법안 초안을 마련한 뒤 법제 전문가 검토를 거쳐, 3월 초 법안 발의에 나설 예정이다. 이후 4월 중 공론화 과정을 진행하고 5월에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관 공청회 개최를 추진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