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쌓여도 살 사람 없어…서울 집값 당분간 숨고르기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2월 14일, 오전 05:00

[이데일리 박지애 김은경 김형환 기자] 설 연휴 이후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단기 숨고르기 국면에 들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출·세금 규제 강화로 매물은 늘고 있지만, 매수 심리는 위축되며 당분간 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하반기부터 입주 절벽이 본격화되면 관망세를 보이던 시장이 다시 상승 압력을 받는 국면으로 재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설 이후 관망 속 보합세 이어질 듯”

13일 이데일리가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등 6명의 전문가 의견을 종합한 결과, 이들 모두 설 연휴 이후 서울과 수도권 집값의 상승폭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가 양도세 중과 시행을 예고하고 보유세 강화 기조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에는 절세 목적의 매물이 점진적으로 출회되는 양상이다. 반면 규제 강화 기조 속 매수 심리는 위축되며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은 2주 연속 축소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2% 올랐다. 지난 1월 마지막 주 0.31%를 기록했던 상승률은 지난주 0.27%에 이어 이번 주까지 2주 연속 오름폭이 줄어들며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6·27 대책과 10·15 대책에도 불구하고 연일 강세를 보였던 강남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한강벨트 지역의 상승폭이 눈에 띄게 둔화했다. 서울 서초구는 직전 주 0.21%에서 2월 둘째 주 0.13%로, 강남구는 0.07%에서 0.02%로 상승폭이 축소됐다. 송파구 역시 0.18%에서 0.09%로 절반 수준으로 꺾였다.

강남3구의 집값 상승폭이 축소한 것을 두고 세금 규제의 압박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작용했단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절세 매물 출회가 가시화되면서, 당분간은 매수자 우위의 조정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박 전문위원은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는 5월 9일 이전인 4월 중순까지 다주택자 절세 매물이 지속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 외곽뿐 아니라 양도 차익 규모가 큰 강남권에서도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5월 10일 이후에는 고가 1주택자 매물도 보유세 부담으로 나오고, 여기에 대통령이 언급한 등록임대 혜택 축소가 현실화될 경우 임대사업자 물량까지 풀릴 수 있다”면서 “결국 매물은 쌓이는데 대출·세금 규제로 매수 심리는 위축돼 집값 오름세가 꺾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시장은 이미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는 상황이다.

채 대표는 “이미 어느 정도 시장은 관망세로 전환됐고, 설 이후에는 대통령 발언이 어떤 제도로 구체화할지를 지켜보는 국면으로 보다 뚜렷한 관망 속 보합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하반기 이후 흐름은 향후 마련될 제도들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지금 시점에서 상승이나 하락을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방인권 기자)


◇공급 대책 약발 안 먹힐 것…입주절벽+전세난 우려

다수의 전문가들은 상반기 일시적인 숨고르기 장세 이후 하반기부터는 입주 절벽에 따른 전·월세난 심화가 다시 가격을 떠받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6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전년 대비 28% 감소한 21만 가구, 서울은 32%나 급감할 전망이다.

김 소장은 “상반기는 대통령이 양도세 중과세로 판을 흔들면서 어쩔 수 없는 약세를 이어갈 것이지만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입주 절벽이 본격화하면 전세월세 난으로 상승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당장 설연휴 이후에는 수요억제책으로 매수심리가 쪼그라들겠지만, 결국 입주 물량 급감과 함께 전세난이 매매가를 밀어 올리는 강제적 상승흐름도 나타날 수 있다”며 “다만 거래량은 규제 탓에 활발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올해 전반적으로 약보합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입주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9.7대책에 이어 1.29 공급확대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대책 역시 단기적인 심리 안정 신호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통상 인허가부터 실제 입주까지 최소 5~8년의 시차가 발생하는 주택 공급의 특성상,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올해 서울의 공급 가뭄을 해소하기에는 정부의 대책들이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송 대표는 “용산, 태릉 등의 물량은 빨라야 2030년 이후에나 착공이 가능해 당장의 물리적 공급에는 기여하지 못한다”며 “지자체 협의조차 마무리되지 않아 실행 불확실성에 따른 불신만 키우는 ‘희망 고문’에 그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채 대표도 “지속 가능한 공급 시스템이 아닌 비정상적인 일회성 대응으로 비친다”며 “시장 인식을 바꾸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고, 고 교수도 “실행 속도가 관건이나, 지연될 경우 시장의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뀔 것”이라며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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