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재건축 속도 격차…일산만 멈췄다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2월 19일, 오전 05:00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1기 신도시 1차 선도지구 5곳 가운데 일산의 사업 속도가 눈에 띄게 뒤처지고 있다.

지난 11일 경기도 일산 1기 신도시(고양) 정비사업 선도지구 한 아파트 앞에서 강촌통합재건축 주민대표단이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양시가 이주 물량이 충분하다는 이유로 지난해 사업 속도를 조절하며, 올해 1차 선도지구를 후속 사업지와 함께 묶어 병행 추진하기로 하면서다. 그 결과 분당·평촌·산본은 이미 특별정비구역 지정 단계에 진입한 반면, 일산은 초기 절차에 머물러 유일하게 1차 선도지구의 우선성과 상징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이주 여건이 일산과 유사한 부천 중동 조차 1차 선도지구와 후속 사업을 구분해 속도를 내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일산 선도지구 주민들은 “선도지구라는 이름만 남았을 뿐 실질적 우선권은 사라졌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18일 지난해 11월 선정된 1기 신도시 1차 선도지구 5곳(분당·평촌·산본·중동·일산)의 사업 진행 현황을 보면 속도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분당·평촌·산본은 이미 특별정비구역 지정을 마쳤거나 지정을 앞두고 있으며, 상당수 단지가 예비사업시행자 지정 단계에 진입했다. 반면 일산은 구역지정 이전 단계인 사전자문 절차에 머물러 선도지구 중 가장 늦은 편에 속한다.

1차 선도지구는 1기 신도시 정비사업 대상지 가운데 사업성이 높고 추진 준비가 된 구역을 우선 선정해 행정·제도적 특례를 집중 지원함으로써 수도권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일산의 경우 이 같은 제도 취지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양시는 속도 차이에 대해 ‘이주 물량’을 근거로 들고 있다. 정부는 각 1기신도시 주변 지역의 신규 공급 주택이나 임대주택 공급 여력 등에 맞춰 매년 재건축 이주 물량을 관리한다.

재건축 이주 물량은 연도별 관리 대상이어서 이를 초과할 경우 법적 불허가 아니라도 구역 지정이나 관리처분 인가 단계에서 심의가 보류되거나 인가 시점이 다음 해로 이월될 수 있다. 이 경우 이주와 철거 자체가 지연돼 사업 일정 전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양시는 2026년 이주 물량이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만큼 굳이 2025년 물량에 맞춰 속도를 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고양시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지자체별 재건축 허용 물량을 관리하고 있는데, 성남(분당)·안양(평촌)·군포(산본)는 2026년 허용 물량이 각각 1만2 000호, 7200호, 3400호로 제한적”이라며 “이들 지역은 2025년 물량을 놓치지 않기 위해 속도를 낼 수밖에 없었지만, 일산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2026년에 다른 사업지들과 함께 진행해도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은 다른 지자체 사례와 비교하면 힘을 잃는다. 이주 물량 여건이 일산과 유사한 부천 중동은 올해 3~4월 중 구역 지정이 가시화될 정도로 속도를 내고 있다. 부천 중동 일부 단지는 이미 예비사업시행자 지정까지 마쳤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물량 차이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산만 유독 지연되는 결정적 이유로 보기는 어렵다”며 “결국 지방정부와 주민 간 합의와 행정 의지가 더 큰 변수”라고 말했다.

선도지구 사업 지원에 적극적인 성남시는 이주 물량 부족 때문이 아닌 지자체와 주민의 적극 의지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단 입장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2026년 허용 물량은 1만2000호에 불과하지만, 추가 물량을 국토부에 요청할 정도로 적극 대응하고 있다”며 “각 구청에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전문 인력을 배치해 주민 상담과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물량의 많고 적음보다 지자체의 지원 방식과 의지가 사업 속도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사업 지연의 부담이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재건축 사업에서 시간은 곧 비용이다. 금리 상승과 공사비 인상 국면에서 일정이 지연될수록 금융비용과 분담금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일산 선도지구 한 주민대표는 “사업이 1~2년만 늦어져도 조합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토로했다.

특히 고양시와 주민 간 이견이 가장 큰 지점은 용적률이다. 고양시는 자체 가이드라인으로 300% 수준을 제시하며 이를 초과하는 제안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존 용적률이 높았던 역세권 단지와 낮았던 단지를 구분하지 않고 동일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반면 분당의 경우 기존 용적률이 높은 역세권 단지에서 360~365% 수준의 제안이 수용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1기 신도시 내에서도 적용 잣대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주민들은 “역세권인 용적률 180% 이상 단지는 300%로는 사업성이 나오지 않아 최소한 사업성 확보가 가증한 수준에 맞게 협상이라도 하고 싶은데 고양시는 무조건 일괄 기준을 맞추라는 말만 되풀이한다”며 “특히 일산 선도지구 중에서도 용적률이 150%인 곳들도 있는데 이 곳들과 무조건 같은 수준으로 맞추라고 하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특히 다른 지자체들은 이 부분에서 유연하게 협상해 사업이 진행되는데 답답할 따름”이라고 부연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일산이 유독 5곳들 중에 가장 느리고, 결국 선도지구 의미가 퇴색한 곳인데, 지방정부와 주민 간 합의, 그리고 행정 의지가 사업 속도를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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