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운전실 CCTV 두고 노정갈등…“상시 감시” vs “사고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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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2월 23일, 오전 08:26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철도 차량 운전실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방안을 두고 정부와 철도노조가 갈등을 빚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안전 대책이라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상시 감시가 오히려 집중력을 떨어뜨려 사고 위험을 높이고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양측이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준법투쟁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TX 산천 열차.(사진=이데일리DB)
23일 철도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달 30일부터 운전실 감시카메라 의무화 저지를 위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진행 중이다. 이날 오전 8시 기준 2만41명이 동의해 목표치 5만명의 약 40% 수준을 기록했다. 국민동의청원은 30일 이내에 5만명 이상 동의하면 관련 상임위원회에 회부된다.

앞서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궤도협의회)는 지난 12일 감사원 앞에서 ‘기관사 감시카메라 강요하는 감사원 부당감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정책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노조는 “감사원이 2019년 이후 지속적으로 운전실 내부 CCTV 설치를 요구해 왔고 국토부가 이를 명분으로 시행령 개정을 예고했다”며 “행정 편의적 감사가 오히려 철도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시간 좁은 운전실에서 근무하는 기관사 특성상 화장실 이용 등 사생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상시 영상 촬영이 심리적 위축과 집중력 저하를 초래해 오히려 안전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 노조 측 논리다. 노조는 대신 속도·제동·신호 등 운행 정보를 기록하는 블랙박스 법제화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 코레일 여객·화물열차 운전석 내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CCTV는 설치돼 있지 않다. 현행법상 설치는 가능하지만 노조가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전방 선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전면 CCTV만 운영 중이다.

노조는 서울교통공사와 부산교통공사 노조 등과 공동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다. 국토부가 철도안전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운전실 감시카메라 의무 설치 예외 조항’ 삭제를 추진할 경우 준법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준법투쟁은 파업이나 태업과 달리 정상 출근을 유지하면서도 작업 중 뛰어다니지 않기, 휴게시간 준수, 승객 승하차 확인 강화, 운전 중 화장실 이용 등 작업 매뉴얼상 안전 수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과거 준법투쟁 당시 일부 수도권 전동열차 수백 대가 지연 운행되며 시민 불편이 발생한 전례가 있어 갈등 장기화시 이용객 불편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운전실 CCTV 도입 논의는 과거 열차 사고와 기관사 부주의 사례 이후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24년 퇴근 시간대 서울지하철 4호선 전동차 기관사가 운행 중 휴대전화로 영상을 시청하다 적발돼 고발된 사건을 비롯해, 2022년 경기 의왕 오봉역 화물열차 사고와 2014년 강원 태백 열차 충돌사고 등에서도 기관사의 휴대전화 사용 등 인적 오류가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사고 발생 시 인적 오류를 보다 명확히 규명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기존 운행기록장치만으로는 기관사의 행위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운전실 CCTV 도입 논의가 감사원 요구에 따른 것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 여부와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현재 노조와 협의를 진행 중인 단계”라며 “연내 추진 여부도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가 우려하는 인권 문제를 고려해 운전석 전체가 아니라 제어대 등 운전 조작 부분만 촬영하는 방식 등 여러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궤도협의회)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기관사 감시카메라 강요하는 감사원 부당감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철도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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