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세 낮추고 보유세 높여야”…‘똘똘한 한 채’ 세제 논쟁 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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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2월 23일, 오후 02:26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똘똘한 한 채’ 선호를 억제하기 위해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부동산 세제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각종 비과세 제도가 실거주가 아닌 ‘보유’ 중심으로 설계되면서 핵심지 고가 주택으로 수요가 쏠리는 구조가 고착화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보유세 개편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가운데 집값 안정 수단으로 세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똘똘한 한 채의 역설, 부동산 세제 정상화 방안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사진=김은경 기자)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똘똘한 한 채의 역설, 부동산 세제 정상화 방안’ 좌담회에서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논쟁에 갇혀 있는 사이 소득과 자산 불평등이 심화했다고 진단했다. 임 교수는 2024년 기준 상위 30%가 가액 기준 주택자산의 90% 이상을 보유하고, 면적 기준으로는 99% 이상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조세 체계가 자산 쏠림과 세대 간 불평등을 완화하기보다 오히려 강화해 온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강화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핵심은 보유세를 집값 대응용 ‘대책 세금’이 아니라 중립적·보편적 제도로 재설계하자는 것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강화와 완화를 반복해 온 결과 제도 신뢰가 훼손되고 과표 조정과 공제 확대가 ‘누더기’처럼 얽혀 과세 체계가 지나치게 복잡해졌다는 판단이다.

그는 보유세 논의가 종부세 최고세율 논쟁이나 ‘고가 1주택 vs 다주택’ 프레임에 머물러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과세표준 자체가 시장가치와 괴리가 큰 상황에서 세율만 손대는 방식으로는 정상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현행 과표는 시세보다 낮은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하는 구조인데, 이 과정에서 과표가 시세 대비 크게 낮아질 수 있는 체계가 굳어져 있다는 설명이다. 임 교수는 “공시가격을 시장가치에 더 가깝게 현실화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의 현실화 또는 폐지 등 과표 체계를 손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 교수는 양도소득세는 종합소득세로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똘똘한 한 채’에 대한 특혜는 단순 보유가 아닌 실거주에 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현행 1주택 양도세 비과세 기준인 12억원에 대해 “설정 근거가 미약하고 사실상 무제한 적용되는 구조”라고 지적하며 주택 중위가격 배수 방식 등 객관화된 기준 마련을 제안했다. 또 장기보유특별공제가 보유 기간만으로도 높은 혜택을 주는 구조를 언급하며 “대부분 국가가 실거주 요건을 중심으로 설계하는데 우리는 보유 자체에 혜택이 집중돼 있다”고 비판했다.

등록임대사업자 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임 교수는 임차인 보호라는 정책 취지와 달리 임대인에게 혜택이 과도하게 돌아가는 측면이 있다며 “임대 기간 종료 이후에는 양도세를 정상 부과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다만 기존 제도 운영을 고려해 일정한 유예 기간을 둘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최근 대통령 발언과도 맞물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등록임대주택의 다주택 양도세 중과 제외 혜택을 두고 임대 기간 종료 후에도 특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공평한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며 제도 손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똘똘한 한 채의 역설, 부동산 세제 정상화 방안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김은경 기자)
다만 이날 좌담회에서는 보유세 강화라는 큰 방향에 대한 공감대 속에서도, 효과와 설계 방식에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높이는 방향 자체는 타당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양도소득세를 일괄적으로 강화하는 접근에는 선을 그었다. 양도세는 소득 과세 성격이 강한 만큼 보유세와 묶어 패키지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 교수는 또 ‘다주택자 중과’ 프레임에 매몰되기보다 상위 과표 구간의 누진 구조를 손보는 방식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방 다주택과 서울 초고가 1주택 간 형평성 논쟁이 커지는 상황에서 단순 주택 수 기준이 왜곡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생애 횟수 제한 등은 오히려 똘똘한 한 채 쏠림을 강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택 정책을 자산 정책과 주거 서비스 정책으로 분리해야 반복되는 가격 상승 사이클을 끊을 수 있다”며 과도한 비과세·감면 축소와 조세 형평성 회복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원장 삼프로TV 진행자 역시 국내외 보유세 격차를 언급하며 “서울 핵심 부동산의 수익률을 낮춰 자금이 생산적 자본시장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원론적으로는 과세 체계 정비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단기 시장 대응 수단으로 세제를 반복 활용하는 방식에는 선을 그었다. 윤수현 재정경제부 재산세제과장은 “세금은 단기 시장 처방이 아니라 국가 재정이라는 본연의 기능이 우선”이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체계를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높이자는 의견은 참고할 만한 방향성이지만 일괄적인 조정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연말까지 부동산 세제 개편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일부 사안은 오는 7월 말 발표될 정부 세법 개정안에 담길 가능성이 거론된다. 윤 과장은 “현행 부동산 세제가 ‘누더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과세 체계를 간소화하되 억울한 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국민 의견 수렴을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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