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관계자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통행 불가 상태를 유지하면 앞으로 며칠 내 이라크 전체 생산량의 약 3분의 2까지 가동 중단을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이라크는 OPEC 내 2위 산유국으로, 총 생산량은 하루 약 400만 배럴 수준이다.
감산의 직접 원인은 유조선 확보 불가에 따른 생산량 적체다. 페르시아만 내 예약 가능한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은 현재 6~12척에 불과하다. 주요 남부 터미널인 바스라에서 이달 선적된 선박은 3척에 그쳐 전월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달 21일 이후 원유를 적재하고도 호르무즈를 통과하지 못한 채 페르시아만 내에 발이 묶인 유조선도 10척 이상에 달한다. 이라크는 북부 쿠르디스탄 자치구에서 터키 제이한 항구를 통한 수출까지 중단했다.
공급 차질은 시장에 즉각 반영됐다. 런던 발틱 거래소에 따르면 중동산 원유를 중국으로 운반하는 초대형 유조선의 하루 용선료는 약 48만 1000달러(약 7억 1000만원)로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원유 가격도 런던 시장에서 배럴당 85달러(약 12만 5000원)를 넘어섰으며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최근 이틀간 65% 이상 급등했다. 보험사들도 오만 해안 인근 해역으로 전쟁 위험 보험료 부과 구역을 확대하는 등 역내 항행 비용이 전방위로 높아지고 있다.
호르무즈 봉쇄의 충격은 아시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최대 석유화학 기업 찬드라 아스리 퍼시픽은 호르무즈 봉쇄로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나프타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지난 3일 ‘불가항력’ 조항을 선언하고 공장 가동률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베트남 국영 페트로베트남가스(PV가스)도 같은 조항을 발동하고 이달 10일부터 액화석유가스(LPG) 배송을 중단하기로 했다. 불가항력 조항이란 천재지변, 전쟁 등 당사자의 통제 밖에 있는 사유로 계약 이행이 불가능해지면 법적 의무를 면제받는 계약 조항이다. PV가스는 “동아시아 전체에서 LPG 공급 부족이 발생하고 있다”며 “중동산 LPG는 이달 후반부터 다음 달 말까지 조달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대체 수출 경로 마련에 나섰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는 홍해 연안으로 이어지는 국내 파이프라인 활용을 검토 중이나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세력의 해운 공격 재개 우려가 변수로 남아 있다. 사우디 리야드 주재 미국 대사관도 공격을 받았으며 미 국무부는 국영 석유 대기업 아람코 본사가 위치한 다란에 대한 추가 공격 경보를 발령했다. 사우디의 주요 유전도 이 지역 인근에 밀집해 있다. JP모건체이스의 나타샤 카네바 애널리스트는 “호르무즈 해협이 여전히 비활성 상태인 만큼 시간이 촉박하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