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산선 터널 붕괴 사고, 설계 오류·시공 ‘총체적 부실’…국토부, 영업정지 추진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4월 02일, 오후 07:20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작년 4월 발생한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터널 붕괴 사고가 설계 시 하중 계산 오류와 시공·감리 과정의 부실 대응이 겹쳐 발생한 복합 사고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설계 단계의 구조 결함이 검증 없이 시공으로 이어졌고 현장의 지반 변화 대응 실패가 연쇄 붕괴를 초래한 것이다. 국토부는 책임 업체들에 대해 영업정지와 형사 처벌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추진할 방침이다.

경기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5-2공구 붕괴사고 현장 전경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국토교통부는 신안산선 5-2공구 2아치터널 붕괴사고와 관련해 이같은 내용의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 조사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지난해 4월 11일 경기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5-2공구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 상부 도로와 터널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 작업자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해당 공사 설계는 제일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와 단우기술단이 맡았고, 설계감리는 대한콘설탄트와 동일기술공사가 수행했다. 시공은 포스코이앤씨와 서희건설이 맡았으며, 시공관리는 동명기술공단종합건축사사무소·삼보기술단·서현이 담당했다.

사조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계·시공·감리 전반에서 부실이 확인됐다. 붕괴 진행 과정을 보면 먼저 설계 단계에서 하중 산정 오류와 기둥 길이 적용 오류로 안전여유가 부족한 구조가 형성됐고 이후 설계 검증 단계에서 이 오류가 걸러지지 않았다. 시공 중 단층대와 취약 지반을 통과하면서 중앙기둥에 추가 하중이 작용하는 가운데 막장면 관찰, 암판정, 균열 관리, 안전관리 계획 준수 등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현장 대응도 실패했다. 결국 중앙기둥이 구조저항 한계를 넘어서며 지지 능력을 잃었고 이후 중앙기둥 파괴가 연쇄적으로 이어지면서 터널 전체 붕괴와 상부 도로 함몰로 확산했다.

사고 출발점은 설계 단계에서 구조 계산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2아치터널은 일반 터널보다 중앙기둥에 힘이 집중되므로 하중을 보다 정밀하고 정확하게 예측해 설계해야 한다. 하지만 조사 결과 실제 3m 간격으로 설치되는 중앙기둥을 연속 구조로 잘못 가정하면서 하중을 약 2.5배 작게 계산하고, 기둥 길이도 실제 4.72m가 아닌 0.335m로 짧게 입력하면서 중앙기둥이 버틸 수 있는 힘은 과대 평가하는 오류가 발생했다. 두 오류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중앙기둥은 처음부터 구조적 안전여유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로 설계됐다고 사조위는 설명했다.

사고 구간의 단층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점도 붕괴 원인으로 꼽혔다. 실제 시공 과정에서는 설계 당시 반영되지 않은 단층대와 취약 지반이 나타났고, 이로 인해 지반 강도가 약해지면서 중앙기둥에 작용하는 하중이 더 커졌다. 결국 안전여유가 부족한 상태로 설계된 중앙기둥이 불리한 지반 조건까지 만나 강도 한계를 넘어서게 됐다는 것이다.

사조위는 설계 오류 자체도 문제지만 이를 걸러내지 못한 검증 과정의 실패가 사고를 키웠다고 봤다. 구조 계산 오류와 설계 도서상의 문제가 구조 검토와 설계 변경 과정에서 발견되지 않았고, 그 결과 취약한 설계가 보완 없이 그대로 시공 단계로 넘어갔다는 설명이다. 사고 발생 약 7개월 전인 2024년 9월 중앙터널 폭을 늘리는 설계변경을 진행한 뒤에도 오류를 확인하지 못한 채 중앙기둥 제원과 철근량이 그대로 유지된 것이 대표적이다.

시공과 감리 단계에서도 대응 실패가 이어졌다. 터널 굴착 과정에서는 막장(터널 굴착면 끝부분)면 관찰과 암판정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단층대 출현과 지반 상태 변화를 적시에 인지하지 못했다. 통상 이 과정에서 설계 당시 예측과 다른 지반 조건이 확인되면 추가 조사나 보강, 설계 변경, 시공 계획 조정 같은 대응이 뒤따라야 하지만 이번 현장에서는 이런 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

중앙기둥 균열 관리 역시 적정하게 수행되지 않았다. 사조위는 균열 관리가 미흡해 붕괴 전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는 이상 징후를 확인할 기회를 놓쳤다고 설명했다. 설계 오류를 보완할 기회도, 지반 변화에 대응할 기회도, 붕괴 전조를 포착할 기회도 잇따라 놓치면서 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광명시 신안산선 붕괴사고 사고 장소 전경. (사진=국토교통부)
국토부는 설계 과실과 시공·감리 부실에 따라 설계사와 건설사, 감리사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을 추진할 계획이다.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산업안전법령 위반 등에 대한 형사처벌도 병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에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을 통해 고발과 벌점·과태료 등 행정처분도 추진한다.

현행 규정상 설계사와 감리사는 최대 12개월 영업정지가 가능하며, 시공사의 경우 중대한 부실 시공으로 구조물 손괴가 발생할 경우 영업정지 처분 대상이 된다. 다만 청문 절차와 과실 여부 판단이 필요해 최종 처분까지는 시간이 소요되며, 국토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외에도 국토부는 올해 2월 사조위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부실·부적정 사항과 관계 법령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특별점검을 실시했는데, 이 결과 다수의 법령 위반 사항을 확인했다. 막장면 관찰자의 자격 기준 미달, 안전점검 일부 미실시, 시공 순서 변경 후 구조 안정성 미확인 등이 적발됐고, 강관 보강 그라우팅 공사에서는 발주자 승인 없이 재하도급이 이뤄져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사실도 확인됐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각 법령 위반사항에 대해 고발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고 벌점·과태료 등 행정처분도 병행 추진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재발방지 대책으로 지반조사 기준을 강화해 도심지 시추 간격을 50m 이내로 축소하고, 막장면 관찰자 자격을 중급 이상으로 상향하는 한편 고급 기술자 감리 확인을 의무화한다. 암반 등급별 암판정과 전문가 참여도 의무화해 시공 중 지반 대응력을 높인다. 또 다중 아치 터널에 3차원 해석을 의무화하고 구조 설계에 전문기술자 참여를 강화한다. 시공 단계에서는 중앙기둥 균열 조사와 계측 관리를 의무화하고 안전점검 기준도 보완할 계획이다.

손무락 사조위 위원장은 “사고조사 결과를 정리해 4월 중 국토부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터널공사 등의 안전 강화를 위해 사조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한 제도 개선이 조속히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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