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서울 관악구 남현동 남광쉐르빌 전용 34㎡가 지난 2월 3억 8300만원에 매매됐는데 다음 달 3억 6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매매가격과 전세보증금간 차이가 1700만원에 불과했다. 강서구 화곡동 근화아이리스(27㎡)는 3월 1억 9000만원에 매매됐는데 같은 달 1억 8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매매가격과 전세보증금이 1000만원밖에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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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례가 늘었고, 결국 강제경매로 이어지는 물량도 사상 최대 수준으로 증가했다. 6일 대한민국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제경매로 인한 집합건물 매각 건수는 전국 기준 작년 1만 3445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2~2023년 5000건대였던 건수는 2024년 9904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작년에 더 크게 증가했다.
서울만 기준으로 보더라도 2022~2023년엔 1000건대였으나 2024년 3155건, 2025년 4399건으로 2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올해 1분기에도 강제경매에 의한 집합건물 매각 건수가 1508건으로 전년동기(988건) 대비 520건, 52.6% 증가했다. 2월엔 622건을 기록해 2010년 관련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최근 강제경매 증가는 상당 부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대위변제 이후 경매로 이어진 물량이다. 실제로 강제매각 건수는 HUG가 신청한 경매 건수에 비례해 증가했다. HUG의 경매 신청 건수는 2022년까지만 해도 1775건이었으나 2023년 3917건으로 증가하더니 2024년 9261건, 2025년 1만 3048건으로 강제매각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보증보험에서 전세보증금을 지급한 후 경매까지는 평균 2~3개월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증 사고는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연립·다세대 주택을 중심으로 깡통전세 위험은 여전하다. 올 들어 연립·다세대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을 분석한 결과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별 차이가 없거나 일부는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비싼 경우도 있었다. 서초구 서초동 서초힐스(29㎡)는 1월 3억 9000만원에 매매됐는데 2월 4억 398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은평구 신사동(58㎡)는 1월 1억 72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는데 2월 1억 7000만원에 매매됐다.
이 같은 현상은 시장 구조적 요인과 맞물려 있다. 2022년 전세사기 이후 연립·다세대 주택에 대한 투자 수요가 급감하면서 매매가격은 정체된 반면, 공급 부족 영향으로 전세가격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매입 수요 유입이 제한됐고, 매매가와 전세보증금이 거의 차이 나지 않는 구조가 확산됐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빌라는 투자자 위주의 매매 시장인데 매입 수요 요인이 제한돼 있는 반면 공급 부족으로 전세가격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집값이 조금만 하락해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진다. 결국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가 급증했고, 보증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대위변제 이후 경매로 넘어가는 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상황은 그나마 다행인 경우다. 허그에 따르면 전세보증금 보증보험은 전세보증금이 해당 주택의 공시가격의 140%를 곱한 금액의 90%이내에 들어간 경우에 한해서만 가입이 가능하다. 연립·다세대 주택은 시세 대비 공시가격이 턱없이 낮은 경우가 많아 전세보증금이 보증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서초힐스 29㎡는 공시가격이 2억 9000만원 수준으로 전세보증금보다 1억원 넘게 낮다. 보증보험 가입이 제한되는 부분은 신규 전세세입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비아파트는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절반 이하인 경우가 많아 보증보험을 가입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로 인해 전세 세입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에 연립·다세대 주택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3월까지 체결된 전·월세 계약 중 62.7%가 월세 계약이었다. 이는 2년 전 같은 기간 53.7%보다 9%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