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돈 주고 서울 전세?…경기도에 내 집 사련다

재테크

이데일리,

2026년 4월 08일, 오후 07:24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서울 금천구에 전세로 사는 30대 김 씨는 최근 집주인한테 집을 비워달라는 얘기를 듣고 시선을 경기도로 돌렸다. 김 씨는 안양시 아파트 매입 계약을 체결하고 11월께 이사할 예정이다. 김 씨는 “전세는 점점 더 구하기가 어렵고 곧 태어날 아이를 키우기 더 좋은 환경을 찾아 안양으로 가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전세보증금을 빼 경기도 아파트를 매수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서울과 접근성이 좋은 용인 수지, 광명 등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연초 이후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8일 대한민국 법원 등기 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에 주소지를 두고 경기도 아파트 등 집합건물을 매수한 사람이 올해 1분기(1~3월) 1만 1711명으로 전년동기(7196명) 대비 62.7%(4515명)이나 급증했다. 서울 전셋집을 구하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경기로 매수 전환하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용인 수지 인근 공인중개사는 “용인 수지 아파트 가격이 서울보다는 싸니까 서울을 정리하고 들어오려는 수요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는 전세가격 상승세가 매매가격 상승률을 4주 연속 웃돌며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전세보증금이 단기간에 수억원씩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서울 송파구 거여동 포레나송파(66㎡)는 작년 내내 전세보증금이 6억원대에서 움직이다가 2월 8억원으로 껑충 뛰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강동구 성내동 성내올림픽파크 한양수자인(115㎡)은 3월초 16억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돼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1월까지만 해도 12억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는데 두 달 만에 4억원이나 오른 것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서울 전세 부담 증가가 경기 아파트 매매량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7일 기준 올해 1분기(1~3월) 경기 아파트 거래량은 4만 447건으로 전년동기(3만 2227건) 대비 25.5% 증가했다. 반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 1분기 1만 5315건으로 전년동기(2만 1099건) 대비 감소했다. 3월 계약 체결분이 4월말까지 신고되기 때문에 거래량은 더 늘어날 수 있지만 서울 대비 경기도 거래량이 빠르게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분위기에 전국에서 올 들어 아파트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곳도 경기도로 집중되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용인 수지 아파트는 올 들어 3월말까지(주간아파트 매매지수 기준) 6.4% 올라 전국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이 평촌이 위치한 안양 동안구로 5.2% 올랐다. 시 단위로는 용인시, 안양시, 구리시가 4% 넘게 올랐다. 성남시 분당구가 4.0%, 하남시와 광명시가 각각 3.9%, 3.8% 상승했다.

용인 수지구 성복동 롯데캐슬(84㎡)은 지난 달 11일 17억 40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찍었다. 풍덕천동 e편한세상 수지(84㎡)는 2월말 15억 70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현장에서 보면 개포동 전세 살다가 전세 매물은 없고 마땅히 이사갈 곳이 없어서 이참에 신분당선 라인에 있는 수지 신축 아파트 역세권으로 들어가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생활 청산 후 경기도 아파트로 매입 전환이 가능한 것은 서울 전셋값과 경기도 매맷값이 맞먹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5억 9800만원으로 경기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5억 6300만원과 유사했다. 약 3500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즉, 서울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빼면 경기 아파트를 매매하는 데 있어 크게 무리가 없는 셈이다.

남 연구원은 “용인 수지, 광명, 하남 미사, 평촌 등 경기도 관문도시들은 서울 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지역들”이라며 “이 지역들은 매매 가격이 서울 전세가격과 맞먹는 데다 쾌적함 등 정주환경이 서울보다 더 좋아 이번 기회에 내집을 사서 경기도로 가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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